
LAFC 유니폼 손에 든 손흥민 [자료사진=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한국 선수들의 자취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이는 2005년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EPL 무대를 밟은 이후 처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변화의 시작은 손흥민이었다. 10년간 토트넘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하며 팀과 리그를 대표하던 그는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준비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그의 행선지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FC였다. 이로써 EPL에서 한국 축구를 대표하던 핵심 주자가 무대를 떠났다.
남은 유일한 EPL 1군 멤버 황희찬 역시 불안한 입지에 놓였다. 2021-2022시즌 울버햄프턴에 합류한 그는 지난 시즌 초반 주전으로 출발했지만, 곧 교체 멤버로 밀렸고 부상 악재가 이어졌다. 발목 부상과 햄스트링 부상으로 잦은 결장을 거듭하며 팀 내 입지가 좁아졌고, 시즌 막판에는 출전 명단에서조차 제외되는 경우가 늘었다.
최근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는 “황희찬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팀을 떠날 수 있으며, 이미 두 개 구단이 접촉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부 리그 챔피언십 소속 버밍엄 시티가 그를 노리고 있다.
또 다른 한국인 선수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 퀸스파크 레인저스로 임대됐던 양민혁은 토트넘 복귀 후 프리시즌에 나섰지만, 시즌 개막 전 다시 챔피언십 포츠머스FC로 임대됐다. 현재 잉글랜드에서 뛰는 한국 선수는 대부분 챔피언십 소속으로, 배준호(스토크시티), 엄지성(스완지시티), 백승호(버밍엄 시티) 등이 한 시즌 더 2부 리그 무대를 밟는다.
그나마 변수가 될 수 있는 인물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신예 박승수다. K리그2 수원 삼성에서 곧바로 EPL로 직행한 18세 윙어인 그는 당초 21세 이하(U-21) 팀에서 기량을 쌓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프리시즌에서 기회를 잡아 에디 하우 감독의 눈에 들었고, 스페인 에스파뇰과의 친선 경기에서는 선발로 출전하며 1군 무대 테스트까지 받았다. 다만, 정규 시즌에서 EPL 경기에 꾸준히 나서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손흥민의 이탈과 황희찬의 이적 가능성, 그리고 나머지 선수들의 2부 리그 잔류로 인해 2025-2026시즌에는 EPL에서 한국인 선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프랑스 리그1 등 유럽 5대 리그의 다른 무대에서는 김민재, 이재성, 이강인이 활약하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EPL 무대에서 한국인 선수의 활약상을 당분간 보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이 축구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힐링경제=차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