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전국의 수련병원으로 860명의 전공의가 돌아오며 수련을 재개했다. 이는 의정 갈등으로 인한 대규모 사직 사태 이후 정부와 의료계 간 관계가 일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는 2일, 지난 5월 전국 수련병원에서 사직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행한 추가 모집 결과 총 860명이 합격해 병원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추가 모집 정원 1만4,456명(인턴 3,157명·레지던트 1만1,299명) 중 5.9%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현재 전국 수련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수는 총 2,53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월 전공의 사직 사태 이전인 1만3,531명에 비하면 여전히 18.7%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수개월간 거의 비어 있었던 수련 시스템에 새로운 동력이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해석된다.

현재 수련을 받고 있는 전공의 2,532명은 전공의 사직 사태에 참여하지 않고 수련을 이어가다 지난 3월에 승급한 850명, 올해 상반기 중 복귀한 전공의 822명, 그리고 이번에 복귀한 860명을 모두 합한 수치다.

정부는 의료계 단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기적인 하반기 모집 이전에도 사직 전공의가 조속히 수련을 재개할 수 있도록 5월 중 수련병원별로 추가 모집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일부 병원은 모집 마감 시한을 한두 차례 연장하며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들의 지원을 기다렸다. 그러나 마감 연장 이후에도 지원이 급증하지는 않았다.

이번 복귀 조치는 단순히 수련 재개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향후 진로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여러 유연한 조치를 내놨다. 특히 레지던트 3~4년차처럼 수련 마지막 단계에 있는 고연차 전공의에 대해서는 내년 초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가 가능하도록 허용했으며, 시험 이후 내년 5월 말까지 수련을 마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했다.

또한 인턴 복귀자들은 기존 12개월 수련 대신 9개월만 수련하면 내년 3월부터 레지던트로 승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이러한 유연한 수련 일정 조정은 복귀를 주저하던 전공의들에게 실질적인 유인책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사직과 동시에 입영 대기 상태에 있었던 군 미필 전공의들 역시 이번 복귀를 통해 수련을 마치고 군 복무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병역 연기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향후 병역의무 이행에도 일정한 융통성이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복귀 흐름은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의정 갈등과 수개월 간 이어진 수련 공백 상태 속에서 의료계 내 일부 변화의 조짐을 보여준다. 실제로 대한수련병원협의회가 최근 실시한 전공의 복귀 수요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 4,794명 중 719명이 ‘즉시 복귀’, 2,205명이 ‘조건부 복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조건부 복귀를 언급한 전공의들은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 조정 등 정책 방향성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복귀에 신중한 전공의들도 많다. 특히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오는 6월 3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 이후 새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고 협상의 여지를 살피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향후 복귀 전공의들의 안정적인 수련 환경을 보장하는 한편, 남은 사직자들에 대해서도 유연한 복귀 기회를 계속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역시 정부와의 대화를 이어가며 추가 복귀와 수련 시스템 정상화를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전공의 복귀가 본격화되면서 필수의료 인력 공백이 다소 완화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의료 현장의 회복을 위한 정부와 의료계의 지속적인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