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국내외 주요 금융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을 중심으로 한 기관들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불과 한 달 만에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일부 기관은 한국은행의 공식 전망치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치를 제시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블룸버그가 실시한 조사에서 국내외 41개 주요 기관들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0.985%로 집계됐다. 이는 불과 4주 전인 같은 달 2일 조사 당시 42개 기관 평균 1.307%와 비교해 무려 0.322%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개별 기관들의 전망치 분포를 살펴보면, 최저 0.3%에서 최고 2.2%까지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관들이 1% 내외의 저성장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절반이 넘는 21개 기관이 0%대 성장률을 제시했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의 전망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0.8%, 씨티그룹은 0.6%, HSBC는 0.7%의 성장률을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더욱 보수적인 0.5% 전망을 내놨다.

1% 성장을 예상한 바클레이즈, 피치, 노무라증권 등 9개 기관을 포함하면, 전체 41개 기관 중 30개 기관이 올해 한국 경제가 1% 이하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한 달 전 조사에서 1% 이하 전망 기관이 16곳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증가를 보인 것이다.

가장 충격적인 전망을 제시한 곳은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SG)이다. 이 기관은 한 달 전 1% 전망에서 41개 기관 중 최저 수준인 0.3%까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달 28일 수정 발표한 공식 성장률 전망치 0.8%보다도 0.5%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소시에테제네랄 외에도 씨티그룹(0.6%), ING그룹(0.6%), JP모건체이스(0.5%) 등 총 12개 기관이 한국은행의 공식 전망치인 0.8%를 밑도는 전망을 제시했다. 이는 중앙은행의 전망조차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개별 기관들의 조정 폭을 분석해보면, 크레디아그리콜 CIB가 가장 큰 폭의 하향 조정을 단행했다. 이 기관은 1.6%에서 0.8%로 무려 0.8%포인트나 전망치를 낮췄다. HSBC는 1.4%에서 0.7%로 0.7%포인트, 싱가포르 DBS그룹도 1.7%에서 1.0%로 0.7%포인트씩 각각 하향 조정했다.

이러한 급격한 전망 하향 조정의 배경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1.5%에서 0.8%로 낮춘 이유와 마찬가지로, 건설투자와 민간소비 등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에 따른 수출 타격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인 하향 조정 추세 속에서도 일부 기관들은 한국 경제에 대해 다소 개선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0.9%에서 1.0%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0.7%에서 0.8%로, 모건스탠리는 1%에서 1.1%로 각각 0.1%포인트씩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2일 성장률 상향 조정의 배경으로 미국과 중국 간 관세 갈등의 단계적 축소 가능성과 미국의 상호 관세 90일 유예 발표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의 일부 완화를 언급했다. 이는 글로벌 통상 환경의 변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상황을 종합해보면,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이 전반적으로 어두워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0%대 성장 전망 기관이 한 달 만에 9개에서 21개로 2.3배 증가했고, 1% 이하 성장 전망 기관도 16개에서 30개로 1.9배 늘어났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전망 하락은 단순히 외부 기관들의 비관적 시각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내수 경기 침체, 건설업계 부진,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에서 오는 대외 리스크 노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성장 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한국 경제가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과 함께 수출 경쟁력 강화, 신성장 동력 발굴 등 종합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책 조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