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중인 미군 차량 [자료사진=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군사 전략을 강화하면서, 주한미군의 병력 감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전통적으로 ‘북한 억지력’을 우선 목표로 했던 주한미군의 역할이 보다 광범위한 지역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지시간 5월 29일, AP통신은 복수의 미 고위 국방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병력 재배치 논의가 진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감축도 옵션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미국 국방부 피트 헤그세스 장관과 함께 아시아 안보대화(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이다.

특히 한 고위 당국자는 "주한미군의 병력 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향후 주둔 규모는 단순히 북한의 위협을 방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을 억제하는 전략에 최적화되는 방향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북한 중심’ 주한미군 주둔 목적에서 벗어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을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미 국방부의 또 다른 고위 당국자는 싱가포르로 향하는 기내에서 연합뉴스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중국을 억제하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순위”라며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태세를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한국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태세 조정(calibrate)’이라는 표현은 병력 감축 혹은 재배치 가능성을 암시하는 용어로, 보다 직접적인 현상 변경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대중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의 작전 범위를 한반도에서 인도·태평양 전체로 확장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주한미군사령관 제이비어 브런슨 중장은 지난 15일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 육군협회 태평양지상군 심포지엄’에서 “주한미군은 더 이상 북한 억제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더 큰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역내 작전, 활동,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로 북한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 목적으로 주둔해 왔다. 그러나 미중 간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은 점차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 전략에 편입시키는 방향으로 군사 전략을 조정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이러한 전략적 전환을 더욱 노골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2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 2만8천500명 중 약 4천500명을 괌이나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다음날인 23일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공식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이은 고위 국방 당국자들의 발언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 재편 과정에서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의 배치와 역할을 재검토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는 향후 한미동맹의 작전 개념과 안보 협력 방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한국 정부의 대응과 입장 정립이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병력 감축 논의는 향후 한미 간 협의의 핵심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