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에 함께 가입해 노후를 준비하는 부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가 각자 국민연금을 받으면 노후 대비에 훨씬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9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부부 노령연금 수급자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연도별 현황을 살펴보면 그 증가 폭이 상당히 가파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말 35만5천쌍에서 시작된 부부 수급자는 2020년 말 42만7천쌍으로 늘어났고, 2021년 말에는 51만6천쌍을 기록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계속 이어져 2022년 말에는 62만5천쌍, 2023년 말에는 66만9천쌍으로 늘어났다. 2024년 말에는 78만3천쌍에 달해 최근 5년간 부부 수급자가 두 배 이상 급증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1월 말 기준으로는 79만2천15쌍으로 집계되어 80만쌍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급격한 증가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국민연금 제도가 시행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 초기부터 가입한 세대가 본격적으로 수급 연령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 원인이다. 또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부부가 모두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도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부부 수급자 증가와 함께 이들이 받는 월평균 합산 연금액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1월 말 기준 부부가 받는 월평균 합산 연금액은 111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매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수치로, 국민연금의 급여 수준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최고액 수령 사례다. 부부 합산 기준으로 월 543만원이라는 상당한 금액을 수령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이는 남편이 260만원, 아내가 283만원을 각각 받는 경우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연금 급여라고 할 수 있다.
이 금액을 다른 기준과 비교해보면 그 의미가 더욱 명확해진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제10차 국민노후보장 패널조사에서 제시된 부부 기준 적정 노후 생활비는 월 296만9천원이었다. 최고액 수령 사례는 이 적정 생활비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국민연금만으로도 충분히 여유로운 노후 생활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부부의 고액 국민연금 수급자들은 주로 특정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시행된 초기의 상대적으로 소득대체율이 높았던 시기부터 보험료를 납부한 장기 가입자들이다. 제도 초기에는 현재보다 급여 산정 방식이 유리했고,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보험료를 납부한 결과 높은 연금액을 받게 된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 제도의 역사적 변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제도 초기에는 국민연금의 확산과 가입자 유인을 위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급여 체계를 운영했다. 하지만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하여 점차 급여 수준을 조정해온 것이 현실이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개인별로 적용되는 사회보험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부부라고 하더라도 각자 독립적으로 연금 수급권을 가진다는 의미다. 부부가 각자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면 양측 모두 각자의 연금을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개별 적용 원칙은 부부 모두의 노후 보장에 매우 유리한 구조를 만든다. 한 사람의 소득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부부가 모두 연금을 받는 것이 노후 소득 보장 측면에서 훨씬 안정적이고 충분하다는 것이다.
배우자가 소득이 없어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더라도 임의가입 제도를 이용하면 연금 수급권을 확보할 수 있다.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 국민 중 사업장가입자나 지역가입자가 될 수 없는 경우에도 본인이 희망하면 임의가입을 통해 연금 수급 요건을 갖추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특히 전업주부나 소득이 불규칙한 배우자에게 중요한 제도다. 단기적으로는 추가적인 보험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다. 임의가입을 통해서라도 가능하면 부부 모두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노후 준비에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조언이다.
일각에서는 '부부 모두 국민연금에 가입해도 노후에 한 명만 연금을 받을 수 있을 뿐이어서 부부 모두 가입하면 손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잘못된 정보다. 국민연금의 개별 적용 원칙에 따라 부부가 모두 가입하면 각자 독립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는 이유는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인 경우가 많다. 제도의 복잡성과 다양한 급여 유형으로 인해 일반인들이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합리적 선택이 중요하다.
다만 부부 수급자 중 한 명이 먼저 사망할 경우에는 특별한 규정이 적용된다. 남은 배우자는 자신의 노령연금과 사망한 배우자가 남긴 유족연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를 '중복급여 조정'이라 부르며, 이는 사회 전체의 형평성 차원에서 마련된 제도다.
한 사람에게 두 가지 이상의 연금 급여 수급권이 생겼을 때 하나만 선택하도록 하여 더 많은 수급자에게 급여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취지다. 자신이 받는 노령연금보다 유족연금이 훨씬 많다면 유족연금을 선택할 수 있고, 이 경우 자신의 노령연금은 받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노령연금을 선택하면 유족연금의 일부인 30%를 추가로 받을 수 있어, 개인의 상황에 따라 유리한 방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수급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면서도 사회 전체의 형평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제도라고 평가된다.
유족연금은 국민연금 제도의 중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다. 국민연금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사람이나, 노령연금 수급권자 또는 장애등급 2급 이상 장애연금 수급권자가 사망하면 이들에 의존해온 유족이 생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지급하는 연금 급여다.
이는 국민연금이 단순히 개인의 노후 보장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생계 보장이라는 사회보험의 기본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족연금을 통해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고, 남은 가족의 생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부부 국민연금 수급자의 꾸준한 증가는 우리 사회의 노후 보장 체계가 점차 성숙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체적인 노후 소득 보장 수준의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