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한은 총재 [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9일 오전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2.75%인 기준금리를 조정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충격적인 경제지표가 발표된 이후 처음 열리는 금통위 회의로,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압박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연합뉴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제 전문가 7명은 모두 한국은행이 기존 1.5%였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하고, 더욱 악화된 경기 전망을 명분으로 기준금리도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1,500원을 넘보는 원-달러 환율 불안을 근거로 금리를 동결했던 것과는 상반된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후 1분기 전 분기 대비 -0.2%라는 충격적인 성장률이 현실로 확인된 만큼, 경기 부양 차원에서 더 이상 금리 인하를 미룰 여유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생각보다 더 좋지 않은 경기 상황이 지표로 속속 확인되면서 여러 기관도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한은도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서만 해도 각 연구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줄을 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전망치를 1.7%에서 0.7%로 무려 1.0%포인트나 한꺼번에 대폭 삭감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상 성장률마저 1.6%에서 0.8%로 반토막이 났다는 점이다.
해외 기관들의 전망도 마찬가지로 비관적이다. 8개 해외 주요 투자은행이 제시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4월 말 기준 0.8%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는 한국 경제가 사실상 제로 성장에 근접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 역시 이날 공개할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추정치를 기존 1.5%에서 0%대 후반 수준까지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는 한은이 그동안 유지해왔던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현실에 맞춰 대폭 수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와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가능성은 이미 지난달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직접 시사한 바 있다. 당시 이 총재는 "지금까지 상호관세, 대중국 관세, 품목별 관세, 10% 기본관세 등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나온 것을 보면 2월 성장 전망 시나리오는 너무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더 주목할 만한 발언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이었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연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는 사실상 금리 인하가 시간 문제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간 것도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환율 불안을 이유로 금리를 동결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환율이 상당히 안정된 상태다. 이는 한은이 환율 부담 없이 경기 부양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만능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충분한 재정정책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금리 인하만으로는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지속적인 통화 완화가 집값과 가계부채 등 금융 불안만 키울 것이라는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제기되고 있다.
예상대로 금리 인하가 결정될 경우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2.00%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는 환율 상승 압력과 외국인 자금 유출 측면에서 새로운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여전히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일방적인 금리 인하는 자본 유출을 가속화할 위험성이 있다.
이런 딜레마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그리고 금리 인하를 결정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가 주목된다.
이날 오전 11시 10분부터 시작되는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가 이런 복합적인 문제들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특히 금리 인하 결정의 배경과 향후 통화정책 방향, 그리고 부작용 최소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기대된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역할과 한계, 그리고 재정정책과의 정책 조합에 대한 한은의 입장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통위 결정은 올해 한국 경제 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