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HF가 제공한 구호품 들고 이동하는 가자지구 주민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지 600일째를 하루 앞둔 5월 27일(현지시간),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수치가 발표됐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수가 5만4천명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까지 총 5만4천56명이 사망하고, 12만3천129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전쟁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하마스는 이날 약 1천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했다. 이 중 일부는 석방되거나 시신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57명이 억류 중이며, 이 중 약 21명만 생존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은 초기 강경한 교전 이후 휴전 협상과 공세 재개가 반복되는 양상을 보여 왔다. 특히 지난 3월 18일 이스라엘이 공세를 재개한 이후에는 3천901명이 사망, 1만2천88명이 부상한 것으로 하마스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가 제공하는 사상자 수치는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하지 않으며, 외부의 독립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등 무장단체의 전투원만도 2만 명 이상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연구소(INSS)는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사망자 가운데 상당수가 무장세력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전투원이고 누가 민간인인지를 떠나, 지금 가자지구에서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식량 부족, 의료품 고갈, 난민 대규모 이동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재개 협상은 계속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 카타르, 이집트 등 중재국들이 대화를 주도하고 있으나, 양측 입장 차가 너무 커 실질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날에는 하마스가 미국 측 중재안을 수용했다는 보도가 일시적으로 나왔다가 오보로 확인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 보도는 하마스가 인질 10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60~70일간의 교전 중단에 합의했다는 내용이었으나, 곧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그나마 전쟁의 그늘 속에서 가느다란 희망의 신호로 여겨졌던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구호품 배급소 개소도 혼란 속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주도해 마련한 이 배급소에는 식량을 구하려는 수천 명의 군중이 몰려들었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인파로 인해 큰 혼란이 벌어졌고 질서 있는 구호는 요원한 상황이다.
전쟁은 여전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공습과 지상전, 가자지구 전역에 퍼진 굶주림과 병, 그리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공포. 가자지구는 지금도 전쟁의 한복판에서 고통받고 있으며, 누구도 이 전쟁의 출구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600일. 전쟁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희생자는 늘어나고, 회복은 더딜 뿐이다.
이제는 단순히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닌, 참화를 멈추는 결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