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버스가 2년 연속 파업 사태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파업 예고일인 28일을 하루 앞둔 27일 현재까지도 노사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의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작년과 달리 통상임금 체계 개편이라는 근본적 쟁점으로 인해 파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27일 현재까지 총 9차례의 본교섭과 지난달 29일 임단협 2차 조정회의 결렬 이후 지속적인 실무 협의를 진행했으나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날 밤까지 협상 시한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사는 교섭 자리를 마련하는 데에서조차 엇박자를 보이고 있어 막판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27일 오후 1시 교섭 재개를 제안하는 공문을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 발송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같은 날 비공개 본교섭 재개를 언론에 공지했으나, 노조 측은 사측으로부터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교섭 일정이 합의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노사간 불신이 깊어진 상태를 보여주며, 설령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더라도 워낙 입장차가 크고 조율할 여지가 적어 막판 타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노사갈등의 핵심은 통상임금 문제다. 사측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고 노조의 인상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25%의 임금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상임금 수준을 낮추기 위한 임금체계 개편을 이번 교섭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다.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서울시 역시 사측과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는 인건비 부담이 시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의 이러한 입장은 시내버스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시 예산으로 지원하는 준공영제 특성상 임금 인상이 직접적으로 시 재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반면 노조는 통상임금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이며 법원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므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통상임금 논의에 앞서 우선적으로 임금 인상률부터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노사간 근본적인 시각차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27일까지 협상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예정대로 28일 첫차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에서는 389개 노선에서 시내버스 총 7천여 대가 운행되고 있으며, 노조에는 64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 중 단체교섭 대상이 되는 회사는 61개로 알려져 있어, 파업 참여율이 높을 경우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의 교통 대란이 예상되며, 지하철과 택시 등 대체 교통수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서울 시민 약 1천만 명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도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임금협상 결렬로 2012년 이후 12년 만에 파업을 단행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서울시의 중재로 임금 인상 4.48% 등을 뼈대로 하는 합의안이 신속히 도출되어 노조가 11시간 만에 파업을 철회하고 정상 운행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통상임금 체계 개편이라는 구조적 쟁점이 핵심 사안으로 부상하면서 작년과 같은 단기간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현재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 사측과 개별 소송도 진행 중인 상태로, 법적 분쟁과 노사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더욱 복잡해진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들도 일단 파업에 돌입하면 최소 3일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시민들의 교통 불편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원칙적으로 협상은 노사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대책을 마련했다. 파업 시 출퇴근 시간을 중심으로 지하철 하루 운행을 173회 늘리고 막차 운행 시간을 연장할 예정이다. 이는 버스 공백으로 인한 지하철 이용객 급증에 대비한 조치다.

또한 각 자치구에서는 주요 거점 및 거주지에서 지하철역까지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대체 교통수단 제공을 통해 시민들의 교통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다른 지자체의 동시 파업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 22개 지역별 산하 버스노조의 임단협 협상 결렬 시 28일 동시 총파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서울, 부산, 창원, 울산 등 일부 지역만 동참 여부가 확정된 상황으로 동력이 크지는 않지만, 만약 인천·경기 지역 버스까지 파업에 참여할 경우 수도권 버스 운행이 전반적으로 중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이에 대비해 서울시는 수도권 초·중·고등학교와 공공기관 등에 파업 기간 중 등교 및 출근 시간을 1시간 조정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이는 교통 대란으로 인한 학생들과 공무원들의 지각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보인다.

서울 시내버스 파업 사태는 단순한 임금 인상 문제를 넘어 통상임금 체계라는 구조적 문제로 발전하면서 해결이 더욱 복잡해졌다. 노사 모두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정당한 주장을 하고 있으나, 그 사이에서 시민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에 의존하는 서울 시민들에게는 파업이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만큼, 노사와 서울시가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통상임금 문제는 법적 쟁점이 있는 만큼 관련 법원 판결과 함께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동시에 시민들의 교통권 보장이라는 공익적 관점에서의 접근도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