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대해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던 50% 관세를 7월 9일까지 유예하기로 했다고 2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3일 EU에 대한 관세 부과를 '기습 경고'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나온 결정으로, 양측 간 협상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에 소재한 자신의 골프장에서 주말을 보낸 뒤 백악관으로 복귀하기에 앞서 동행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결정을 공개했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공식적인 브리핑이 아닌 기자들과의 즉석 만남에서 나온 것으로, 트럼프 특유의 비공식적 소통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오는 7월 9일이라는 유예 기한은 우연이 아니다. 이 날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지난달 각국에 대해 발표한 상호관세 유예 조치가 만료되는 시점과 일치한다. 즉,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의 관세 정책 시간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EU와의 협상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관세 유예 결정의 직접적인 계기는 트럼프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간의 전화 통화였다. 양 정상은 25일 전화회담을 통해 현재의 무역 갈등 상황을 논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협상을 위한 추가 시간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통화 직후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좋은 합의에 도달하려면 7월 9일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EU 측도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양측이 단순한 대립보다는 건설적인 해결책 모색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EU 집행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유럽 측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동시에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특히 "좋은 합의"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단순한 관세 회피를 넘어서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포괄적인 무역 협정을 모색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역 문제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지난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감행한 최대 규모의 공격과 관련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다"며 푸틴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기쁘지 않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히 강경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해 더 많은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민간인 피해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대러 압박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특히 러시아의 최근 대규모 공격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또 다른 중요한 외교 현안인 이란 핵무기 개발 저지를 위한 협상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그는 이란과의 협상에서 "일부 진정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최근 중동 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나온 주목할 만한 발언이다.

이란 핵 문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지속되어온 복잡한 외교적 현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히 악화되었고,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도 다시 가속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한 진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양국 간 비공개 채널을 통한 협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협상 내용이나 진전 사항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협상의 민감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이며, 동시에 이란 측의 반응을 지켜보려는 전략적 의도도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들은 그의 독특한 외교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EU에 대한 관세 위협을 가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유예를 발표한 것은 '압박과 협상'을 병행하는 트럼프식 협상 전술의 전형이다. 강력한 압박을 통해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뒤, 적절한 시점에서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방식이다.

또한 러시아와 이란이라는 상이한 외교적 현안에 대해 각각 다른 톤의 메시지를 보낸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강경한 비판과 추가 제재 검토를 언급한 반면, 이란과는 협상 진전을 강조하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는 각각의 상황과 미국의 국익을 고려한 차별화된 접근 방식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EU 관세 유예 결정은 단기적으로는 미-EU 간 무역 갈등의 완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7월 9일까지 약 6주간의 협상 기간 동안 양측은 서로 수용 가능한 무역 협정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50%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EU 측으로서는 이번 유예 기간을 활용해 미국 측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자체적인 대응 방안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대러 제재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러시아의 최근 대규모 공격이 국제사회의 강한 규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 제재는 다른 서방 국가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

이란 핵 협상의 진전은 중동 지역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협상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다. 이란의 핵 개발 포기와 미국의 제재 완화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들은 그의 2기 행정부가 다방면의 외교적 현안을 동시에 관리하면서도, 각각에 대해 상황에 맞는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외교적 균형감각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협상 과정을 통해 판단될 것이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