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전국의 판사 대표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법원 판결을 둘러싼 사법부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26일 긴급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회의에서 법관 대표들은 공정한 재판과 사법부의 신뢰, 재판 독립 침해 우려 등에 관해 법관대표회의 명의로 공식 입장을 표명할지 여부를 집중 토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의장으로서 제안한 2건의 안건이 일차적으로 상정됐으나, 현장 분위기에 따라 안건이 변경되거나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됐다.

상정된 첫 번째 안건은 "민주국가에서 재판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할 가치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 바탕인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힌다"는 내용으로, 사법부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는 성격이다.

두 번째 안건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우려를 담고 있다.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 추궁과 제도 변경이 재판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해 손상된 사법부 신뢰에 대한 법관들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관 대표들은 이날 회의에서 양방향의 문제점을 지적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으로는 대법원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정치적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적 시각이 제기될 전망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당이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사법부를 연일 압박하는 것이 재판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문제의식도 논의 대상이 됐다.

이러한 양면적 접근은 사법부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를 단순히 외부 압력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사법부 스스로의 행동과 절차에 대해서도 성찰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음을 보여준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모여 사법행정 및 법관 독립에 관한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사항을 논의하는 공식 회의체다. 전체 법관대표 126명 중 과반수인 64명 이상이 참석해야 회의가 성립되며, 참석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하는 시스템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한 참석 방식을 채택해 코로나19 이후 정착된 하이브리드 회의 형태를 활용했다. 이는 전국 각지의 법관 대표들이 참여하기 용이하도록 한 조치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회의의 결과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정족수 부족으로 회의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법관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이 다양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일부 법관들이 참석을 꺼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회의는 열리지만 즉석에서 의결하지 않고 논의만 진행한 후, 대선 정국이 마무리된 이후 재차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이다. 이는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사법부의 입장 정리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세 번째는 예정대로 의결을 진행하되, 상정된 안건의 내용이나 표현을 현장 논의를 통해 조정하는 경우다. 법관들 사이에서도 사법부의 현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향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 합의 가능한 수준에서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사법연수원 측은 이날 회의를 앞두고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청사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 출입 통제도 평소보다 엄격하게 실시해 회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환경을 조성했다. 이는 최근 사법부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의 압력이나 간섭 없이 법관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부가 최근의 정치적 논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관들의 결정은 향후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 회복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법부 내부에서 나오는 이번 자성의 목소리가 단순한 대응을 넘어서 근본적인 사법 시스템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정치권과 사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이 건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