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가상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개당 11만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비트코인은 나 홀로 강세를 이어가며 사실상 새로운 ‘디지털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21일 오후 7시 25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3.63% 오른 11만774.2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종전 최고가였던 10만9,358달러(올해 1월 21일 기록)를 4개월 만에 경신한 수치로, 역사상 처음으로 11만달러 선을 돌파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10만7천달러대에서 거래되다가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했고, 오전 11시경 전고점을 뛰어넘으며 10만9천400달러대를 기록했다. 이후 매수세가 집중되며 11만달러 벽을 깨뜨리는 데 성공했다.
다만 비트코인 가격은 거래소별로 편차가 존재한다. 여러 거래소의 가격을 평균적으로 집계하는 플랫폼인 코인게코(CoinGecko) 기준으로는 이날 10만9,826달러에 머물러 있어, 아직 11만달러를 공식적으로 넘어서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시장 전반의 기대감과 심리적 저항선 돌파라는 상징성은 이미 실현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트코인의 이번 상승은 특히 전통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급락하는 와중에 나타난 독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날 뉴욕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대규모 감세 법안 추진 등으로 인해 미국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급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9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6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41% 각각 하락했다.
채권 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를 넘어서며 급등했고, 이는 국채 가격이 급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에서 한 단계 낮춘 것도 이 같은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즉 미국 자산을 매도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비트코인이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상승세에는 제도적 요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19일 미국 상원은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담보 요건을 강화하고, 자금세탁방지(AML) 법률 준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디지털 토큰이 아니라 정식 금융수단으로 인정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화 등 법정통화에 연동되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가상화폐로, 가상자산 거래와 금융서비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번 입법 조치는 미국 내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비트코인 큰손’으로 알려진 기업들의 행보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로 불렸던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대량 매수 전략을 따라, 금융투자사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와 소프트뱅크 그룹이 손잡고 비트코인 투자 전문회사 ‘트웬티원(Twenty One)’을 설립했다. 이는 기업 차원에서도 비트코인을 단기 투기자산이 아닌 중장기 투자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비트코인은 한때 2024년 초반 7만4천달러대까지 하락하며 시장의 실망감을 자아냈지만,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반등세에 올라탔다.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채굴 보상이 줄어들면서 공급량이 제한되는 구조적 요인도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탰다.
이번 11만달러 돌파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전통 금융 불안과 디지털 자산에 대한 신뢰의 전환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리 잡는 시대가 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가격 변동성, 규제 불확실성, 기술적 취약성 등 리스크 요인이 존재한다고 경고한다. 특히 각국 정부의 규제 방향이나 글로벌 금리 정책 변화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21세기 디지털 금융의 핵심 자산으로 떠오른 비트코인은 이제 단순한 투기성 자산을 넘어 세계 금융지형 속의 핵심 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