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1분기 역성장 충격에 빠진 가운데, 새 정부가 출범하면 20조원에서 25조원 규모의 2차 추경예산을 편성해 강력한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국제 금융계에서 제기됐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기존 전망치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노무라 그룹의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슈바라만 박사는 22일 세계경제연구원이 '한국 1분기 역성장 충격 : 국제금융계 진단과 새 정부 정책 전망'을 주제로 개최한 웨비나에서 이같은 전망을 제시했다.
슈바라만 박사는 1분기 한국 경제의 역성장 배경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했다. 그는 "건설 경기의 구조적 침체, 비상계엄 여파로 인한 정치적 혼란과 산불 등으로 인한 소비 약화, 자동차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한 수출 둔화 등이 전방위적으로 경제 활동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건설 경기는 구조적 침체에 빠져 있고, 정치적 불안정이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킨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산업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내수와 수출이 동반 위축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정부는 올해 13조8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하고 집행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그러나 슈바라만 박사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 20조원에서 25조원 상당의 2차 추경안을 편성해 더 강력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추경 규모보다 1.5배에서 1.8배 많은 수준으로, 새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대규모 추경 편성 전망은 한국 경제의 현재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소비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반도체 이외 부문의 수출이 구조적 둔화 국면에 진입했고, 건설 경기 역시 깊은 하강 국면에 빠져 있어 새 정부의 더 적극적인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슈바라만 박사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0.2%포인트 낮춘 1.0%로 제시했다. 이는 국제 금융기관들이 제시하는 한국 경제 전망 중에서도 상당히 보수적인 수준이다.
성장률 하향 조정의 배경에는 여러 구조적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소비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출 품목에서 둔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자동차, 화학, 철강 등 주력 수출 산업의 부진이 전체 경제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업의 경우 부동산 시장 침체와 맞물려 깊은 조정 국면을 지속하고 있어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내수 부진이 전체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슈바라만 박사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기본 시나리오로 한국에 대한 자동차 관세는 유연하게 적용하고, 반도체와 기술 제품에 대한 관세는 계속 유예하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약 관세 유예 없이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가 부과되는 극단적 상황이 발생한다면,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0.8%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전망치 1.0%보다도 0.2%포인트 더 낮은 수준으로,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가 한국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가 상당함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관세 부과는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슈바라만 박사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오는 2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금리 인하 전망의 배경에는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소비 약화와 공급 증가가 원화 약세에 따른 가격 상승 압력을 상쇄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목표인 2% 수준에서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정책 초점이 물가 안정에서 경기 부양으로 기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실제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중앙은행이 성장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슈바라만 박사는 한국은행이 7월과 11월에도 각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로 인하해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현재 2.75%에서 2.0%까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상당히 공격적인 금리 인하 시나리오로,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적 통화정책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환율 전망과 관련해서는 원화 강세 가능성을 제기했다. 슈바라만 박사는 원·달러 환율이 2분기 말 1,360원, 올해 연말 1,33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수준보다 원화가 상당히 강세를 보일 것임을 의미한다.
원화 강세 전망의 배경에는 미국 경제의 상대적 둔화가 있다. 그는 "하반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재조명되고 있고, 주요국에 비해 미국 경제 성장이 상대적으로 둔화하면서 투자자산의 미국 이탈 흐름도 계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지속 위험도 미국 달러 약세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지속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이는 미국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해 달러 약세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웨비나에서 제기된 전망들은 한국 경제가 현재 상당한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1분기 역성장이라는 충격적 결과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국제 금융계의 진단이다.
새 정부가 20조원 이상의 대규모 추경을 편성할 것이라는 전망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 확대가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정책과 함께 재정·통화정책이 모두 확장 기조로 전환되면서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산 가격 상승이나 가계부채 증가 등의 부작용에 대한 관리도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와 중국 경제의 회복 속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대외적 불확실성도 여전히 큰 변수로 남아 있어, 새 정부는 내수 기반 강화와 함께 수출 다변화 전략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