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시장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9월 이전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연준은 “더 많은 정보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모기지은행협회(MBA) 콘퍼런스에서 “6월이나 7월에 미국 경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며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과 이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또한 미국 달러화 자산의 안전성에 대해 “일부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외국 자금의 미국 국채 유입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미 국채 시장은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국채 금리가 최근 다소 올랐지만, 이는 시장이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정상적인 조정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현재 연준의 통화정책은 다소 긴축적인 상태지만,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매우 적절한 수준”이라며 “미국 경제 자체는 전반적으로 매우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작년 12월 기준금리를 4.25∼4.50%로 낮춘 이후 계속 동결하고 있으며, 올해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일정은 6월, 7월, 9월, 10월, 12월 총 5차례다. 하지만 금리 선물 시장의 기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과 7월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은 각각 91.4%와 66.9%로 나타났으며, 9월에 들어서야 인하 가능성이 29.7% 수준으로 언급되고 있다.

시장도 이에 맞춰 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0.25%포인트씩 4차례에서 2차례로 축소한 상태다.

이날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역시 CNBC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연준은 올해 한 차례 정도만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금리 동결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침체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책 조정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강조했다.

보스틱 총재는 특히 최근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연준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위해 최소 3~6개월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무디스는 지난 16일, 미국의 재정적자를 이유로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 ‘Aaa’에서 한 단계 낮은 ‘Aa1’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역시 “지금은 관망해야 할 때”라며 정보가 더 쌓일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도 “현재의 불확실성 수준을 감안하면 정책 대응은 신중해야 하며, 각종 정책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제퍼슨 부의장은 신용등급 하향 조정과 관련해 “이를 정치적 맥락보다는 물가와 고용이라는 연준의 정책 목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할 것”이라며 객관적인 접근 방식을 강조했다.

한편, 연준의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글에서 “연준은 유럽과 중국처럼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러나 연준 인사들은 정치적 압박보다는 시장 데이터와 경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결국 연준의 입장은 한 가지로 요약된다. “지금은 기다려야 할 때”라는 것이다. 정치적 변수, 글로벌 경제 여건, 국가신용등급 강등 등 복합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연준은 인내심을 가지고 경제의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하고 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