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료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 전화통화를 가졌으나, 기대를 모았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구체적인 돌파구 마련에는 실패했다.

양국 정상은 약 2시간에 걸친 통화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직접 대화를 통한 전쟁 종식이라는 기조를 재확인했으나,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휴전' 합의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 개최 등 구체적인 진전은 이루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통화가 매우 잘 됐다고 믿는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휴전과, 더 중요한 전쟁 종식을 향한 협상을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협상 조건들은 두 나라 사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그들은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할, 협상의 구체적 사항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종전 이후 러시아와의 경제적 관계 개선 가능성을 언급하며 "러시아는 이 재앙적인 '대학살'이 끝나면 미국과 대규모 무역을 하고 싶어 하며 나도 동의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에는 막대한 일자리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있다. 그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강조했으며,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는 국가 재건 과정에서 무역의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바티칸의 중재 역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교황이 대표하는 바티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 개최에 매우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고 소개한 뒤 "(협상을 위한) 절차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레오 14세 교황이 바티칸을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회담 장소로 제안했다고 확인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도 이날 통화에 대해 "매우 유익하고 매우 솔직했다"고 평가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평화 협정의 윤곽을 그리는 각서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스 통신 등 러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측에 향후 가능한 평화 협정에 대한 각서를 제안하고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각서에 "일정 기간 휴전할 가능성을 비롯해 위기 해결 원칙, 평화 협정 체결 일정 등 다양한 입장을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적절한 합의에 도달하면 휴전할 수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직접 회담했다는 것은 우리가 대체로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믿게 해줄 이유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이날 통화에서 미·러 관계 정상화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며, 두 정상이 직접 만나 회담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날 전화 통화에서 미·러 간 수감자 교환 문제도 논의됐으며, 각국에 수감된 시민을 9명씩 교환하는 방안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공개된 것만 세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2일 푸틴, 젤렌스키 대통령과 잇달아 통화한 뒤 종전 중재 외교를 공식화했고, 지난 3월 18일에는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며 '30일간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 중단'에 뜻을 모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통화에 대해 양국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실질적인 휴전과 전쟁 종식을 향한 돌파구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은 양측 발표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휴전 및 종전 협상 즉각 개시를 언급했지만, 이미 두 나라는 지난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당국자간 협상을 진행했으나 휴전이나 종전에 대한 구체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과 같은 최고위급 담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화는 공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연합(EU),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핀란드 등의 정상에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즉각적인 협상 개시에 대해 알렸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