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자료사진=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최근 이루어진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인하 합의를 양국 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라고 평가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 합의가 향후 양국 간 논의를 위한 '매우 좋은 틀'을 제공한다고 강조하며, 경제적 재균형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블룸버그와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 포럼에 참석해 최근 미중 간 이루어진 합의를 '제네바 메커니즘'이라고 명명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계획과 절차를 갖고 있었다. 중국과 없었던 건 메커니즘이었다"며 "이번 주말 이후, 우리는 이전처럼 상황이 악화하는 것은 피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10일과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양국은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를 90일간 각각 115%포인트(P) 내리기로 합의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합의 내용의 범위에 대한 질문에 "모든 게 논의 대상"이라고 답변하며 포괄적인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베선트 장관은 또한 미국이 중국과의 '전면적인' 디커플링(공급망 완전 분리)을 원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핵심 전략산업에 대해서만 디커플링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며, 미국이 '심각하게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분야로 반도체와 의약품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미국은 이러한 산업들을 본국으로 데려올 것"이라고 덧붙이며 선별적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더 나아가 베선트 장관은 "크고, 아름다운 경제 리밸런싱(rebalancing·재조정)의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며, '꿈의 시나리오'로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 '중국 소비자의 개방'을 가져오고, 중국이 더 많은 미국 상품을 구매하는 방향으로의 재균형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지도부를 포함해 모두가 소비와 소비자 경제를 중심으로 재조정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지역의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일본과 매우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면서 "한국은 정부 교체기에 있으나 선거가 본격화되기 전에 매우 좋은 제안을 갖고 왔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큰 무역 파트너인 인도네시아는 매우 협조적이며 대만도 매우 좋은 제안을 제시했다"라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조금 느릴 수도 있다"라면서 "제 개인적 견해로,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서로 다른 것을 원하는 등 유럽은 '집단 행동 문제'가 있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결국에는 만족할만한 결론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전망했다.
이번 포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 맞춰 진행되었으며,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경제 정책과 글로벌 무역 전략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던 상황에서 이번 관세 합의와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두 경제 강국 간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하는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