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어선 긴 줄 [자료사진=연합뉴스]
SK텔레콤이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전국 매장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대기 행렬이 이어지며 혼란이 발생했다.
서울 광화문 SK텔레콤 대리점 앞에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이미 100여 명의 이용자가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건물을 빙 둘러싸고 옆 건물까지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광화문 대리점은 주변 회사원들의 몰림을 예상해 당초 예정된 오전 10시보다 1시간 앞당겨 유심 교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이용자들이 오래 대기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번호표도 발급했지만, 이미 길게 늘어선 대기줄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오전 9시 30분경, 뒤쪽에 줄을 서 있던 최희창(57)씨는 "직장인인데 출근하자마자 바로 유심을 교체하러 나왔다"며 "줄이 길었지만 일단 서고 봤는데 언제까지 서야할지 모르겠다"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처럼 많은 직장인들이 출근 시간을 쪼개 유심 교체를 위해 매장을 찾았다.
일부 이용자들은 기다림에 지쳐 불만을 격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매장 문 앞에서 온라인 예약 서비스를 안내하는 대리점 직원들에게 "가입자를 뭐로 아는 것이냐", "온라인 예약 서비스도 대기가 이렇게 많은데 어쩌자는 거냐"며 고함을 지르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날 광화문 대리점에 준비된 유심 초도 물량은 200개였다. SK텔레콤은 이 물량이 소진된 후에도 당일 계속 추가 물량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대기 인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영업사원인 장미강(53)씨는 "아까 9시부터 줄을 서서 벌써 한 시간째 줄을 서 허리가 아프다"며 "영업할 때 고객 명단이 잘못될까 봐 걱정돼서 왔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유심 교체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자녀가 유심도 중요하다고 해서 출근도 못 하고 유심을 교체하러 왔다"고 덧붙였다.
노령층 이용자들에게는 이러한 대기줄이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80대 중반의 한 이용자는 "딸이 유심을 교체하라 하길래 그런 문자도 안 왔는데 무슨 말이냐고 했다"며 "매장에서 번호표를 주며 '이 번호표가 있으면 오후 7시까지 다 교체해 준다'고 했다"고 전했다.
대리점 직원들은 이용자들에게 "'유심보호서비스'에는 가입하셨냐", "직원들도 이거 가입했다"며 추가 서비스 안내를 병행하기도 했다.
오전 11시경, 대리점 직원들은 "오늘 준비한 유심은 모두 소진됐다"며 "온라인 예약 서비스를 이용해달라"고 안내했다. 이에 따라 대기하던 이용자들이 돌아가면서 줄이 사라졌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유심 교체를 문의하는 이용자들이 매장을 찾았다.
유심 교체가 끝났다는 안내에 한 이용자는 "큰 매장도 이런데 작은 대리점은 사람들이 계속 와서 대기하기도 어렵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같은 시간, 유심을 교체하고 나오던 김모(45)씨는 "온라인으로 예약하라는 안내에도 그냥 기다려서 유심을 교체했다"며 "오늘 물량은 끝났다고 했는데 기다리니 교체해주는 것 보면 절차가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며 의아해했다.
그는 "대리점마다 줄을 쫙 서고 있고 이용자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면서 문자도 아직 안 왔다"며 "내 정보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교체한 것이지 교체해도 안심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18일 해커에 의한 악성 코드로 유심 정보 유출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이날부터 전국 T월드 매장 2,600여 곳에서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전국 매장에서 유사한 혼란이 빚어졌으며, 경기 하남 위례신도시의 한 대리점에서는 대리점 사장이 직접 오토바이로 유심 50개를 공수해 오는 등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온라인으로도 유심 교체 예약 신청을 받고 있으나, 예약 사이트에도 이용자가 몰리면서 한때 대기 인원이 12만 명 가까이 생기는 등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현재 SK텔레콤은 약 100만 개의 유심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음 달 말까지 약 500만 개의 유심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SK텔레콤 가입자(2,300만 명)와 이 회사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187만 명)를 합해 교체 대상자가 모두 2,500만 명에 달하는 상황이어서, 물량 부족에 따른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