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연례 콘퍼런스 '피치 온 코리아 2025' 개최 [자료사진=연합뉴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가 한국의 기준금리가 올해 연말까지 현재 연 2.75%에서 1.75% 수준으로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이라는 이중의 경제적 역풍이 한국 경제를 짓누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피치의 아시아·태평양 국가 신용등급 담당 이사인 제레미 주크(Jeremy Zook)는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연례 콘퍼런스 ‘피치 온 코리아 2025(Fitch on Korea)’에서 이 같은 전망을 밝혔다.

그는 한국이 올해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 특히 상호관세 조치로 인해 수출 경로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주크 이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상호관세 조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출지향적이고 미국 시장 노출이 큰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이 미국의 품목 관세 적용 대상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짚으며, “대표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미국 수출 비중이 약 3분의 1에 달하는데, 이는 거시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그는 한국 내수의 부진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0.2%로 나타나면서, 건설 및 설비 투자, 민간 소비 등 내수 전반에서 역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주크 이사는 “현재 가계 대출 문제가 통화 완화 정책의 제약 요인이긴 하지만,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이라는 기준을 고려해 면밀히 판단할 것”이라며, “현재 인플레이션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피치는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그는 하반기에는 민간소비가 소폭 반등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가계는 일정 수준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으며, 노동 시장도 전반적으로 견고하다”면서,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부채 상환 부담이 줄어들면 소비 여력이 살아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발표에서는 한국의 재정 정책 방향성에 대한 전망도 나왔다. 주크 이사는 “6월 조기 대선을 통해 들어설 새 정부가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과거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재정을 늘리는 방향으로 운영했음을 감안하면, 국가부채가 다소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한국의 재정 상태에 대해선 “국가 부채 증가를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주크 이사는 한국의 잠재 성장률이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점차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령화와 생산 가능 인구 감소가 경제 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개혁과 정책 개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올해 2월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한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있긴 했지만, 한국의 대외수지와 재정 건전성은 매우 우수하다”며, “여러 제도와 기관이 정치적 충격에 견디는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피치의 발표는 한국 경제가 외부 무역 환경의 악화와 내부 수요의 부진이라는 복합적인 리스크에 직면해 있음을 재확인시켜줬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책 대응이 향후 경제의 방향성과 회복력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