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추가경정예산안 설명하는 김윤상 기재부 2차관 [자료사진=연합뉴스]

정부가 18일 12조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확정했다.

2022년 5월 이후 약 3년 만에 편성된 이번 추경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마련된 역대 첫 추경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의결했다.

당초 예상된 규모보다 약 2조원 증액된 추경안은 최악의 영남권 산불 피해와 미국발 관세 충격 등 시급한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추경'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기획재정부 김윤상 2차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필수추경은 산불 피해 등 재해·재난 대응, 통상·AI 경쟁력 강화, 민생회복·안정이라는 우리 경제의 시급한 현안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추경안은 시급한 현안과 직접 관련되고 연내 신속 집행이 가능한 사업을 중심으로 총 14개 부처의 93개 사업을 선별했다.

주요 3대 분야별로는 ▲재해·재난 대응에 3조2천억원 ▲통상·인공지능(AI) 지원에 4조4천억원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에 4조3천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특히 최근 산불피해와 함께 여름철 태풍·집중호우 등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예산국회에서 감액된 예비비 중 1조4천억원을 증액했다.

김동일 예산실장은 "민생지원 쪽에 새로운 대형 사업들을 많이 도입했다"며 "추경의 목적에 맞게 금년도에 집행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외화표시 외국환평형채권' 발행 한도를 기존 12억 달러에서 35억 달러로 23억 달러 증액하기로 했다.

이는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60억 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외화 외평채 확대분만큼 원화 외평채 발행한도를 축소해 전체 외평채 발행 한도는 유지된다.

추경 재원으로는 기금 자금을 비롯한 가용재원 4조1천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8조1천억원은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1천273조원에서 1천279조원으로 6조원가량 증가해 GDP 대비 48.4%를 기록하게 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3조9천억원에서 84조7천억원으로 10조9천억원 증가하면서 GDP 대비 적자 비율이 2.8%에서 3.2%로 상승, 재정준칙 한도(3%)를 초과하게 됐다.

올해 총지출은 당초 673조3천억원에서 685조5천억원으로 늘어나고, 전년 대비 총지출 증가율도 2.5%에서 4.4%로 높아진다.

총수입 역시 한국은행 잉여금 초과수납분, 지방채 이자수입 등이 반영되면서 651조6천억원에서 652조8천억원으로 1조3천억원 증가한다.

정부는 이번 추경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0.1%포인트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지난 1분기 역성장 전망이 나오는 엄중한 실물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경기 마중물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추경이 애초 경기진작 목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윤상 차관은 "성장률을 올리기 위해 순수하게 경기진작을 목적으로 편성한다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포함해서 소비와 투자 쪽으로 내용이 싹 다 바뀌어야 한다"며 "추경 외에도 필요한 경우 기금변경 등 추가적인 재원보강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회의 증액 논의에 따라 추경 규모는 최종적으로 다소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최소 15조원까지 증액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 역시 "국회에서 증액 요구가 있을 때 저희가 죽어도 안 된다고 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규모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추경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하면 아주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열린 자세를 보였다.

정부는 오는 22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할 예정이며, "우리 경제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회에서 추경안을 최대한 신속히 통과시켜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국회 심사 일정을 고려하면 이르면 5월 초 국회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추경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편성된 62조원 규모의 추경 이후 약 3년 만에 추진되는 것이며, 지난 4일 대통령 파면으로 윤석열 정부가 간판을 내린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편성된 역대 첫 추경이라는 역사적 의미도 갖는다.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는 추경이 논의되기만 했을 뿐 결국 무산되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야 편성된 바 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