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자료사진=연합뉴스]

경기 침체 전망 속에서 한국의 부자들이 안전자산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대다수 부자들은 올해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금과 채권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불황형 투자' 패턴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40대 이하 젊은 부자층인 '영리치'의 차별화된 투자 성향과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 변화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 4월 16일 발간한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부자 884명을 포함해 총 3,0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의 약 75%가 올해 실물 경기 악화를 예상했으며, 64%는 부동산 경기 역시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비관적 경기 전망을 바탕으로 부자들은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응답자의 65.7%는 향후 1년간 현재의 자산 구성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변화를 계획하는 경우에도 부동산보다는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15.2%로, 부동산 비중을 높이겠다는 응답(8.4%)보다 높게 나타났다.

올해 부자들의 투자 관심 자산은 예금(40.4%)이 1위를 차지했고, 금(32.2%)과 채권(32.0%)이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이어서 ETF(29.8%), 주식(29.2%)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동산은 20.4%로 12개 조사 자산 중 8위에 그쳤다.

부자들의 부동산 매수 의향은 2024년 50%에서 올해 44%로 감소했고, 추가 매입 의향도 42%로 전년(49%)보다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하나금융연구소는 부자들의 부동산 매수 의향(44%)이 일반대중(37%)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부자들은 부동산 시장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40대 이하 젊은 부자층인 '영리치'는 최근 5년간 연평균 6%의 성장률을 보이며, 50대 이상 '올드리치'(연평균 3%)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영리치의 평균 자산은 60억원대이며, 이 중 금융자산은 약 30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리치는 올드리치와 비교해 주식과 가상자산에 더 적극적인 투자 성향을 보였다.

영리치의 주식 보유율은 78%로 올드리치(66.4%)보다 높았으며, 특히 해외주식 비중이 약 30%로 올드리치(20%)를 크게 웃돌았다.

영리치들은 올해 해외주식 비중을 4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가상자산 보유율도 영리치는 29%로, 올드리치(10%)의 3배에 달했다.

황선경 연구위원은 "영리치는 가상자산 투자를 포함해 투자 트렌드를 주도하며, 올드리치보다 금융을 활용한 자산 증식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방식과 인식도 진화하고 있다.

대중부유층과 부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가상자산 보유 비중은 2022년 12%에서 2024년 18%로 증가했다.

과거 가상자산을 보유했던 14%까지 포함하면, 부유층 응답자의 약 3분의 1이 가상자산 투자 경험이 있는 셈이다.

가상자산 평균 투자액은 약 4,200만원으로 조사됐으며, 투자자의 34%는 4종 이상의 가상자산을 보유해 분산투자 경향을 보였다.

또한 한 번에 목돈을 투자하기보다 수시로 매입하는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 측면에서는 응답자의 70.4%가 '변동성이 도박처럼 커 위험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향후 성장 가능성이 커 포트폴리오 확대를 고려 중'이라는 응답도 부자층에서 21.5%, 그 외 계층에서 17.4%로 나타났다.

윤선영 연구위원은 "부자가 가상자산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은 해당 영역의 성숙을 의미한다"면서도 "제도적 안전망 미흡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호불호는 명확히 갈렸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연구소의 이번 보고서는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부자층, 특히 젊은 부자층이 보여주는 차별화된 투자 전략과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면밀히 보여주고 있다.

경기 하락 국면에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면서도, 해외주식과 가상자산 같은 새로운 투자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복합적인 투자 패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