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소득 상위 40~60% 가구의 여윳돈이 3분기 연속 줄면서 5년 만에 다시 70만원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 소득은 늘었지만 부동산 구입에 따른 취·등록세, 이자·교육비 등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부동산 포모(FOMO·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공포) 심리와 사교육비 부담 등에 짓눌린 대한민국 중산층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소득 3분위(상위 40~60%) 가구 흑자액(실질)은 1년 전보다 8만8천원 줄어든 65만8천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4분기(65만3천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며, 70만원을 밑돈 것도 5년 만에 처음이다.
흑자액은 소득에서 이자·세금 등 비소비지출과 의식주 비용 등 소비지출을 뺀 금액으로, 가계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여윳돈에 해당한다.
3분위 가구 흑자액은 4년 전만 해도 90만원을 넘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 가파르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2년 3분기 이래로 2023년 2분기와 2024년 1분기를 제외한 8개 분기에서 모두 감소했으며, 작년 2분기부터는 3개 분기 연속 감소하며 그 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는 전체 가구의 평균 흑자액이 최근 2개 분기 연속 증가하며 회복 흐름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주목할 점은 최근 3개 분기 연속 흑자액이 감소한 소득 분위는 3분위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최빈층인 1분위는 작년 4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그 이전 6개 분기는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고, 2분위와 4분위, 고소득층인 5분위는 작년 4분기 흑자액이 모두 증가했다.
중산층은 국가나 시대별로 개념적 정의가 다소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소득 분포상 중간 계층인 3분위 가구를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3분위 가구 흑자액이 감소한 주요 원인은 보건·교통·교육비 분야의 소비지출 증가와 이자·취등록세 등 비소비지출의 급증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4분기 3분위 가구의 비소비지출은 77만7천원으로 1년 전보다 12.8% 증가했다.
이는 가계 소득·지출 통계를 함께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자 증가 폭도 최대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자 비용은 1.2% 늘어난 10만8천원으로, 4분기 만에 증가하며 다시 10만원을 넘어섰다.
또한 부동산 구입에 따른 취·등록세가 늘면서 비경상조세(5만5천원)가 5배 가까이(491.8%) 급증한 점도 가구 여윳돈을 감소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교육비 지출 역시 14만5천원으로 13.2% 늘어났는데, 이는 전체 가구의 평균 교육비 증가 폭(0.4%)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중산층 가계 여윳돈의 급격한 위축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간한 '최근 소비 동향 특징과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3분위 가구의 2020년 이후 실질 소비는 코로나19 직전보다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1분위와 4·5분위가 엔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인 점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해당 보고서는 "중위소득 계층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와 이자비용 증가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 여력이 급격히 하락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사회계층 사다리에서 허리를 이루는 중산층의 경제적 안정성은 흔히 균형적인 경제성장의 척도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이러한 중산층 가구의 빠듯한 살림살이가 앞으로 내수 뿐만 아니라 경제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3분위는 자가 점유 비율이 50%를 넘고 교육비 지출도 고소득층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계층"이라며 "이들 계층의 여윳돈 감소는 내수에 새로운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의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