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권한대행 [자료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미국 에너지부(DOE)의 민감국가 명단에서 한국이 제외될 수 있도록 범부처 차원의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 문제는 한미 과학기술 및 에너지 협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부 고위층이 직접 챙기는 상황이다.

18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차관들로부터 민감국가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보고받았다.

최 대행은 이 자리에서 한미 과학기술·에너지 협력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미국 측과 긴밀한 협의를 당부하는 등 관련 사안을 직접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3개 부처 간 '떠넘기기' 행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만큼, 최 대행이 부처 간 긴밀한 협조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민감국가 지정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외교, 산업,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전날 미국 측과 접촉한 결과, 한국이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된 배경은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닌,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라고 전했다.

이는 핵무장 여론이나 기타 정치적·정책적 이유가 아닌 기술적 이유에 따른 조치임이 확인된 것으로, 정부는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다만 DOE에서는 한국에 구체적인 보안 위반 사례를 아직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는 '보안 관련 문제'를 일으킨 사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가에서는 한국 연구원들이 DOE 산하 연구소 등에 출장이나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켜져야 할 보안 규정을 어긴 사례가 적발되어 한국이 민감국가 명단에 포함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과거 관련 사례에 대한 검토를 거쳐 국내 연구기관에 보안 준수를 당부하고 정부 차원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조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 측에 제시할 대응 방안을 본격적으로 준비 중이다.

안 장관은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민감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해달라고 직접 요청할 계획이다.

안 장관의 방미는 당초 내달 2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에너지·원전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민감국가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싶다는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와 미 에너지부는 18일부터 회담 준비를 위한 화상 실무협의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이 민감국가에 포함된 구체적인 이유를 미국으로부터 직접 듣고, 이를 바탕으로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다음 달 15일 발효를 앞둔 시점이라 민감국가 해제 요청이 관철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와 협력 중인 과기정통부 소관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보안 관련 문제를 일으킨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점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이다호국립연구소 도급업체 직원이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한국으로 유출하려 했다가 적발됐다는 에너지부 감사 결과와 관련해서도, 국내 측 협력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 관련 내용을 아는 직원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과기정통부는 19일 1차관 주재로 대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12개 출연연과 한미 과학기술 협력 강화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도 민감국가 상황을 공유하고 관련 동향과 협력 상황을 보고받을 계획이다.

한국이 민감국가 명단에서 제외되지 못할 경우, 향후 미국과의 첨단 과학기술 협력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이번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원자력, 양자컴퓨팅,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제한될 수 있어 산업계와 과학기술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