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서울 도심에서 14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운전자에 대한 금고 5년형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번 사고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으로 발생한 하나의 운전 행위에 의한 것이라는 항소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권영준)는 4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차모(69)씨에게 금고 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수용되지만 징역형과 달리 노역이 강제되지 않는 형벌이다.
대법원은 검사와 피고인 측이 모두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며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
차씨는 지난해 7월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빠져나오다가 역주행하며 인도로 돌진한 뒤 보행자와 차량 두 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사고는 2024년 7월 1일 오후 9시 26분경 서울특별시 중구 시청역 인근 세종대로18길에서 발생했다.
차씨가 운전한 제네시스 G80 차량이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를 약 200m가량 역주행하던 중 인도로 돌진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재판 과정에서 쟁점은 이번 사고를 '실체적 경합'으로 볼 것인가, '상상적 경합'으로 볼 것인가였다.
1심 재판부는 각각의 피해자에 대한 사고를 별개 행위에 의한 범죄로 보고 실체적 경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법정 상한인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했다.
실체적 경합은 한 사람이 여러 개의 행위로 여러 죄를 저지른 것을 말하며, 가장 무겁게 처벌하는 범죄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차씨의 행위가 하나의 행위로 여러 범죄를 저지른 상상적 경합에 해당한다고 보고 금고 5년으로 감형했다.
상상적 경합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로, 가장 무거운 죄에서 정한 형으로 처벌받기 때문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죄의 법정형인 금고 5년이 상한이 된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가속 페달을 제동 페달로 잘못 밟은 과실이 주된 원인이 돼 사고가 발생해 구성요건이 단일하고, 각 피해는 동일한 행위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며 "각 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에 대한 각 사고가 사회 관념상 하나의 운전 행위로 인한 것으로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원심의 유죄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와 피고인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차씨는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급발진을 주장했다. 차씨는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며 "1974년에 면허를 취득한 베테랑 운전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 아닌 운전자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이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해 밟는 등 차량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해 가속장치, 제동장치, 조향장치 등을 정확하게 조작하지 못한 과실로 발생했다"며 "가해 차량의 결함에 따른 급발진 현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차씨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에 남은 전자 기록을 토대로 사고 직전 가속페달을 90% 이상 강도로 밟은 것으로 확인했다.
이번 판결은 대형 교통사고에 대한 법원의 양형 기준과 함께, 급발진 주장에 대한 사법부의 엄격한 입증 기준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4년 3월까지 국내 급발진 의심 차량 신고는 총 791건이었으나,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국내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의 80%는 운전자에 의한 페달 오작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보행자 안전과 고령 운전자 관리, 도심 인도 보호 시설 강화 등 다양한 교통 안전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보행자용 가드레일이 차량 충돌로부터 인도를 효과적으로 보호하지 못하면서 인명 피해가 커진 점이 지적됐다.
차씨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금고 5년형이 확정되어 형을 복역하게 된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