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경제적 계층의 한국인들 [자료사진=생성형AI]

지난해 소득 상·하위 20% 가구의 소득 격차가 커지면서 소득분배 지표가 3년 만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 평균소득 증가 폭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은퇴연령층은 취업자 증가와 연금 수급 등에 힘입어 분배 지표가 오히려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국가데이터처가 4일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평균소득은 7천427만 원으로 전년(7천185만 원)보다 3.4% 증가했다. 이는 2019년(1.7%)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소득 부문별로 보면 근로소득은 전년 5.6%에서 2.4%로, 사업소득은 5.5%에서 2.1%로, 재산소득은 28.1%에서 9.8%로 증가율이 크게 둔화했다.

가구소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증가율이 반토막 나면서 전체 소득 증가 속도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생산활동과 무관한 공적이전소득은 전년 -1.9%에서 7.6%로, 사적이전소득은 -1.0%에서 2.9%로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됐다.

소득 증가는 상위 계층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가구의 소득은 1억7천338만 원으로 전년 대비 4.4% 늘었다. 반면 저소득 계층인 1분위는 3.1%, 2분위는 2.1% 증가율에 그쳤다.

가구주 연령별로도 소득 증가율 격차가 뚜렷했다.

50대(5.9%)와 60세 이상(4.6%)은 평균보다 높았지만, 40대(2.7%)와 30대 이하(1.4%)는 저조한 편이었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50대는 재산소득이 크게 늘고 근로·사업 소득 등도 고르게 늘었지만, 30대 이하에서는 근로·재산 소득 증가 폭이 적고 사업소득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가구주 연령별 소득은 50대가 9천416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9천333만 원, 39세 이하 6천758만 원, 60세 이상 5천767만 원 순이었다.

전반적인 소득 불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는 0.325로 전년 대비 0.002포인트 증가했다.

2021년 이후 완만히 낮아지다 3년 만에 다시 오른 것이다.

지니계수는 0이면 완전 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을 의미한다.

상·하위 20%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도 5.72배에서 5.78배로 높아지면서 3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는 상위 20% 소득의 평균값을 하위 20% 소득의 평균값으로 나눈 것으로, 지난해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소득이 5.78배 더 많다는 의미다.

연령대 기준으로는 엇갈린 흐름이 나타났다.

일하는 연령대(18~65세)의 지니계수(0.303)와 5분위 배율(5.01)은 모두 악화했지만, 은퇴연령층(66세 이상)은 지니계수(0.377)가 0.003포인트 감소하고 5분위 배율(6.90)도 0.21배포인트 감소하는 등 분배 지표가 개선됐다.

특히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2.1%포인트 감소한 37.7%로, 2011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국가데이터처는 66세 이상 취업자 증가에 따른 근로소득 증가, 국민연금·기초연금 수급 등으로 인한 이전 소득 증가, 재산소득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세금·사회보험료·이자 등 가구의 평균 비소비지출은 1천396만 원으로 전년보다 5.7% 늘었다. 세금(472만 원), 공적연금·사회보험료(448만 원), 이자비용(271만 원) 등 순으로 지출이 많았다.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는 83.0%였고 예상 은퇴 연령은 68.6세였다. 은퇴 후 가구주와 배우자의 월평균 적정 생활비는 341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보다 5만 원 늘어난 수치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해 경기 회복세가 더디고 고물가 부담이 지속되면서 중산층과 서민층의 소득 증가가 제한적이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소득 증가가 부진한 가운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소득 양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은퇴연령층의 분배 지표 개선은 고령층 고용 확대와 연금제도 확충 등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여전히 37.7%에 달하는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으로, 지속적인 정책적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