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개혁의 시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5년 3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수년간 논의되던 연금 개혁이 현실로 다가왔다.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1.5%에서 43%로 상향 조정되는 내용이 골자다.
2026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8년간 단계적으로 인상되어 2033년 13%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급격한 부담 증가를 피하기 위해 점진적 인상 방식을 택했다.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인 309만 원과 동일한 가입자의 경우, 올해는 월 27만 8천 원을 보험료로 납부하나 내년부터는 월 29만 3천 원을 납부하게 된다. 월 1만 5천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의 부담 격차다. 사업장가입자는 사용자(기업)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므로, 현행보다 월 7,500원이 인상된다. 월 소득 300만 원인 직장인이라면 실질적으로 본인 부담은 0.25%포인트만 늘어나는 것이다.
반면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등 지역가입자는 인상된 보험료 전액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같은 월 소득 300만 원이라도 월 1만 5천 원 전액이 추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8년 뒤 보험료율이 13%에 도달하면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정부는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보험료를 계속 납부하고 있던 사람이라도 일정 소득 수준 이하의 저소득 계층이라면 12개월간 보험료의 절반을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가 신설됐다.
기존에는 사업 중단이나 실직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하다가 납부를 재개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지원했으나, 이번 개혁을 통해 지원 대상이 크게 확대됐다. 소득이 급격히 줄거나 사업이 어려워진 경우에는 납부예외 제도를 활용해 일시적으로 보험료 납부를 유예할 수도 있다.
부담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소득대체율은 기존 41.5%에서 2026년부터 일시에 43%로 1.5%포인트 인상된다. 이는 내가 낸 돈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더욱 강화됨을 의미한다.
국민연금 평균 소득자가 40년을 가입하고 25년 동안 연금을 수급한다고 가정할 경우, 생애 전체에 걸쳐 약 1.8억 원을 납부하고 3.1억 원을 수령하게 되며, 개혁 전과 비교하면 총 보험료는 5,400만 원, 총 연금액은 약 2,200만 원 증가한다.
이번 개혁에서는 크레딧 제도도 대폭 확대됐다. 기존에는 둘째 자녀부터 출산 크레딧이 인정됐지만, 첫째 자녀부터 12개월의 추가 가입 기간이 인정되며, 최대 50개월로 제한됐던 상한도 폐지됐다. 군 복무 크레딧도 기존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까지 확대됐다.
연금 수급에 대한 신뢰 제고를 위해 국가가 연금급여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한다는 국가의 지급보장 의무가 국민연금법 제3조의2에 명확히 규정됐다. 이는 미래에 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청년층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개혁으로 기금소진 시점은 기존 2056년에서 2071년까지 15년 연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 투자수익률을 4.5%에서 5.5%로 1%포인트 높이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이번 개정안은 2007년 이후 약 18년 만에 이뤄진 연금 개혁으로,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다만 보험료율 인상 방식이 모든 세대가 향후 8년간 0.5%씩 일괄적으로 올리는 방식이어서 청년 세대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세대별 차등 인상안은 최종 합의 과정에서 채택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보험료 인상은 부담스럽지만, 소득대체율 상향과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더 튼튼한 노후 안전망 구축을 위한 투자라고 평가한다.
2026년 1월, 국민연금 개혁의 첫 단추가 끼워지는 순간이다. 특히 지역가입자들에게는 실질적인 부담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지원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노후 준비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