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세계 주요 투자은행들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일제히 올렸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수입물가 압박이 커지자, 내년 물가 상승 전망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 8곳이 제시한 2026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기준 평균 1.9%로 집계됐다. 이는 10월 말 평균 1.8%에서 0.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 달 사이에 바클리와 골드만삭스가 전망치를 1.8%에서 1.9%로, 씨티가 1.7%에서 1.8%로, 노무라가 1.9%에서 2.1%로, JP모건이 1.3%에서 1.4%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8%, HSBC는 2.0%, UBS는 1.9%를 각각 유지했다.

이들 투자은행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함께 높였다. 10월 말 2.0%였던 전망치는 11월 말 2.1%로 0.1%포인트 상승했다.

바클리, 씨티, JP모건, 노무라, UBS 등 5개 은행이 나란히 전망치를 2.0%에서 2.1%로 수정했으며, 골드만삭스도 1.9%에서 2.0%로 올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9%, HSBC는 2.2%를 각각 유지했다.

이번 전망치 조정은 내수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함께 고환율의 영향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환율이 상승하면 석유류나 수입 농축수산물 등의 가격이 먼저 오르고,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이나 외식 물가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00원대 중후반에서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화 강세와 맞물려 석유류, 원자재, 농축수산물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의 원가 부담이 커졌고, 이는 제품 가격과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역시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지난달 27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물가 전망치를 조정했다.

올해와 내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2.0%에서 2.1%로, 1.9%에서 2.1%로 상향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당일 기자간담회에서 고환율로 인한 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지난 2일 내부 회의에서 높아진 환율이 향후 물가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소비자물가 지표도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11월보다 2.4% 상승했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월별 추이를 보면 올해 8월 1.7%에서 시작해 9월 2.1%, 10월 2.4%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11월 수치는 2024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약화된 원화로 인해 에너지 및 식품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두면서도 경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조합을 신중하게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