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용현·여인형 [자료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선포 1년을 앞둔 12월 1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외환 혐의 재판이 시작되며 윤 정권과 통일교 간 정교유착 의혹의 핵심 인물인 한학자 총재에 대한 첫 공판도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이정엽 부장판사)는 12월 1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일반이적 및 직권남용 혐의 재판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개최한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검찰과 피고인 측 의견을 조율하고 쟁점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다. 함께 기소된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허위공문서 작성 교사 등 혐의로 법정에 선다.

평양 무인기 작전 의혹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 북한과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이를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 등이 지난해 10월경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를 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여인형 전 사령관의 메모 내용을 바탕으로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드론작전사령부에 무인기 침투를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여 전 사령관이 지난해 10월 18일 작성한 메모에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찾아 공략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평양, 핵시설 등이 타깃으로 언급되었다. 같은 달 23일 메모에는 풍선, 드론, 사이버, 테러 등의 수단과 함께 군사적 명분화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담겼다.

특검팀은 당시 투입된 무인기가 평양 인근에 추락하면서 작전, 전력 등 군사 기밀이 유출되었다는 점을 들어 일반이적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일반이적 혐의는 통모 여부와 관계없이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경우 적용할 수 있다. 유죄가 인정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특검팀은 외환유치죄 대신 일반이적죄를 적용했다. 외환유치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 법정형이지만 적국과의 통모라는 구성요건 입증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이 외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통일교에 대한 정권 차원의 지원을 대가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김건희 여사 등에게 각종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한학자 총재의 첫 정식 재판이 12월 1일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한 총재와 함께 정치자금법,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비서실장 정모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한다.

특검팀은 한 총재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과 공모해 2022년 1월 권성동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면서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해 통일교 단체 자금 1억4천400만원을 국민의힘 소속 의원 등에게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샤넬 가방,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고가의 금품을 건넨 혐의도 포함되어 있다.

이 외에도 한 총재와 정 전 비서실장은 2022년 10월 권 의원으로부터 통일교 임원 등의 미국 원정도박 관련 수사정보를 취득한 후 윤 전 본부장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윤 전 본부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한 총재의 보석 심문도 이날 함께 열릴 예정이다. 한 총재는 안과 수술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난달 4일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일시적으로 풀려났다가 법원의 기간 연장 불허로 사흘 뒤인 7일 재수용된 바 있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참부모(한 총재) 뜻이 실현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한 총재의 정교일치 이념에 따라 권성동 의원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투트랙으로 금품을 건넸다고 판단하고 있다.

통일교 청탁의 실무를 담당한 윤영호 전 본부장을 시작으로 선물 전달 매개자 전성배씨, 청탁 수수의 정점에 있는 김건희 여사가 줄줄이 구속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며, 이번 한 총재 기소로 통일교 청탁 의혹의 주요 관련자들이 모두 재판에 넘겨지게 되었다.

12월 3일에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등과 관련한 결심 공판이 예정되어 있다. 해당 재판에서는 검찰의 구형이 있을 예정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1심 구속기간이 2026년 1월 만료되는 점을 감안해, 일반이적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