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자료사진=연합뉴스]

희토류 수출통제와 100%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들며 첨예하게 대립하던 미국과 중국이 12일(현지시간) 동시다발적으로 정면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며 긴장 완화에 나섰다. 양국 모두 무역전쟁 재발이 자국 경제에 미칠 파괴적 영향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자국이 9일 발표한 희토류 등의 수출 통제 조치가 적법하고 정당하다고 주장하며 "우리는 싸움을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 또한 단호한 상응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드러냈지만, 동시에 '싸움을 바라지 않는다'고 언급함으로써 대화의 여지는 열어둔 것으로 평가됐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매우 존경받는 시(시진핑) 주석이 잠시 안 좋은 순간을 겪었을 뿐"이라며 "그는 자기 나라가 불황을 겪는 것을 원하지 않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그렇다"면서도 "어떻게 될지 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월 1일은 나에게 아주 먼 미래와 같다"고 덧붙여 관세 부과 시점을 재고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양국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지난 10일 미국 증시가 급락한 데서 보듯, 관세·무역 전쟁의 '휴전'이 깨지고 전면전으로 비화할 경우 자국과 국제경제에 미칠 파괴적 영향을 양측 모두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추수감사절(11월 27일)과 크리스마스 연휴 등 미국의 대표적 소비 시즌을 앞두고 중국과 초고율 관세로 맞설 경우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은 자신의 경제정책 간판인 관세 정책에 대한 지지는 물론 국정 전반에 대한 지지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의 반발에 대응할 준비를 갖추고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냈지만, 대미 관세가 100% 수준으로 올라가 양국 교역이 사실상 단절되고 첨단 기술 관련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가 강화될 경우 자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임을 모르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양측 모두 현 상황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고 있는 가운데, 당장의 관심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0월 31일~11월 1일)를 계기로 미중정상회담이 성사될지, 그리고 11월 중순에 끝나는 '미중관세전쟁 휴전'을 연장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소셜미디어에서 "2주 뒤 한국에서 열리는 APEC회의에서 시진핑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취재진 질문에는 APEC 계기에 한국을 찾을 것이라며 "아마도 우리가 (미중 정상간) 회담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해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다.

APEC까지 남은 보름여의 기간 동안 미중 간에는 모종의 고위급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희토류-관세 관련 공방으로 첨예한 신경전을 벌인 뒤라 의제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로 체면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각자 발표한 상대국에 대한 공격적 조치들을 유예 또는 취소하기 위한 섬세한 외교가 필요해진 것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 등 양국 정상의 정무·경제 분야 최고위 참모가 제3국에서 만나 갈등 무마 및 입장 조율을 함으로써 APEC 계기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