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전 총리 [자료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재판이 9월 16일 본격 시작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2시 한덕수 전 총리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개최한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 계획을 수립하는 절차로, 피고인에게는 출석 의무가 없다.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29일 한덕수 전 총리를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용서류 손상,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 5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가장 핵심적인 혐의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특검 측의 논리다.
특검팀은 한덕수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이전에 국무회의를 소집한 것조차 의심스럽게 보고 있다. 이는 불법적인 계엄 선포에 절차상 합법적인 외관을 갖추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였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또한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에 새로운 선포문을 작성했다가 폐기한 혐의도 적용되었다. 이와 함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포함되어 있다.
특검팀은 지난 8월 24일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기각 사유로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특검팀은 검토를 거쳐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곧바로 불구속 기소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는 수사 기한과 재판 진행의 효율성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법원은 16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변론으로 마무리한 후, 9월 30일 첫 정식 공판을 개최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앞서 준비기일을 정하면서 공판기일도 함께 지정했다.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재판은 12·3 비상계엄 사태의 전체적인 책임 구조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행정부 내에서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국무총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법적 판단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재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다른 12·3 비상계엄 관련자들의 재판과 함께 우리나라 헌정사에 큰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 결과에 따라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 국무총리를 포함한 정부 고위직의 견제 역할에 대한 법적 기준이 정립될 가능성이 높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