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연합뉴스]
미국이 9월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대폭 인하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상당한 불리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는 여전히 25% 관세가 적용되어, 일본 제품보다 10%포인트 높은 관세 부담을 지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9월 15일 연방 관보를 통해 이러한 관세 조정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한국 제품 대비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하여 올해 4월 3일부터 자동차에 25%, 5월 3일부터 자동차 부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기존 관세에 더해 부과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하여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데 큰 틀에서 합의에 도달했다.
한국은 7월 30일, 일본은 7월 22일에 각각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그러나 협상 세부 내용을 둘러싼 이견으로 인해 미국은 즉시 관세를 인하하지 않았다.
일본이 미국의 요구사항을 먼저 수용한 후, 트럼프 대통령이 9월 4일 미일 무역 합의 이행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일본에 대한 관세 인하가 현실화되었다.
한국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미국 방문에 이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파견하여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국익을 보호하면서도 미국과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미 무역 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은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 방식이다. 한국은 지분 투자를 최소화하고 대부분을 보증 형태로 하려는 반면, 미국은 일본과 같은 수준의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수용한 조건은 상당히 까다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5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서 투자처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투자 수익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는 미일이 절반씩 분배하지만 상환 후에는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구조다. 또한 투자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완료되어야 하며, 대통령이 투자처를 지정하면 일본은 45일 이내에 자금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관세를 다시 올릴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9월 15일 워싱턴DC에 도착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디테일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하는 중"이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게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하며, 3천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방식에 대해서는 "어떤 게 우리한테 가장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본의 선제적 관세 인하에 대해서는 "우리도 최대한 빨리 15%로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협상의 과정이니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여한구 본부장은 이르면 9월 16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와 만날 예정이다. 그리어 대표는 미중 무역 협상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다가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리어 대표의 소관이 무역장벽이고, 대미 투자 방식 협상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주도하고 있어, 이번 회담에서 투자 방식과 관련한 실질적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당분간 일본 대비 불리한 관세 여건 속에서 미국 시장 경쟁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며, 정부의 협상 결과에 따라 업계의 미국 시장 전략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