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일 대륜 경영대표, 쿠팡 미국 소송 설명 [자료사진=연합뉴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쿠팡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이 진행된다.

재미 한국계 로펌이 쿠팡의 국내 법인뿐 아니라 미국 본사까지 소송 대상에 포함시키며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한국 법무법인 대륜의 미국 현지 법인인 로펌 SJKP는 8일 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모기업인 쿠팡 아이엔씨를 상대로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 소비자 집단소송을 공식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국일 대륜 경영대표는 회견에서 쿠팡 본사가 미국 델라웨어주에 등록되어 있고 뉴욕증시에 상장된 미국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사법시스템을 통해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배상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쿠팡 아이엔씨는 쿠팡 한국법인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9일 쿠팡이 고객 계정 약 3천370만 개의 정보가 유출되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유출된 개인정보에는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일부 주문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다.

김국일 경영대표는 미국 소송이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과 별개로 독자적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소송이 소비자 피해 배상에 집중한다면, 미국 소송은 상장사의 지배구조 실패와 공시의무 위반을 다루는 본질적으로 차별화된 소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한국 재판과 무관하게 미국 법원에서 쿠팡 모회사를 상대로 독립된 법리 다툼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한국 소송에 참여한 약 200명이 미국 소송에도 동시에 참여했으며, 소송 참가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국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쿠팡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미국 거주자 및 미국 시민도 원고 집단에 포함될 예정이다.

SJKP의 탈 허쉬버그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핵심이 쿠팡 본사가 단순한 지주회사가 아니라 정보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IT 인프라 투자 같은 핵심 영역에서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했다는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증거개시 제도를 통해 쿠팡 본사가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국일 대표는 쿠팡 본사의 역할은 한국의 민사소송으로는 밝혀지기 어렵다며, 미국 소송은 미국 본사와 한국 법인 간의 관계에서 본사가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송 참가자가 추가되는 대로 가급적 연내에 미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복수의 법무법인이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향후 미국 현지 로펌이 한국 법무법인과 협업을 통해 쿠팡을 상대로 추가 손해배상 소송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어 중대한 과실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배상 규모가 크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김국일 대표는 과거 선례를 토대로 중대한 과실이 있는 기업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쿠팡의 지배구조 및 위험관리 의무 위반을 근거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대규모 배상 사례가 있다. 미국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T모바일은 2021년 전·현 고객 및 잠재적 고객 7천66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소송을 당했고, 합의금으로 3억5천만 달러(약 5천100억 원)를 지출했다. 이와 별도로 사내 보안시스템 강화에 최소 1억5천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법원에 약속했다.

미국의 소비자 신용평가사 에퀴팩스는 2017년 해킹 사건으로 미국 성인 절반이 넘는 1억4천300만 명의 신용정보가 유출되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와 최대 7억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쿠팡과 SK텔레콤 등 대규모 고객 계정 유출 사고를 낸 기업 대부분이 피해자를 구제하는 개인정보유출 배상보험을 법정 최소 금액으로만 가입해 온 것으로 나타나,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