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지난 대선과 공교롭게 같은 날짜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꼭 1년 만에 실시되는 전국 단위 선거다.
이재명 정부 초기 국정 운영에 대한 민심 평가를 압축적으로 보여줄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지방 권력은 중앙 정부의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는 모세혈관인 만큼, 선거 결과는 향후 국정 과제의 추진 속도와 여야 역학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민선 9기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 광역·기초의원, 교육감 등을 한꺼번에 선출하는 이번 지방선거는 내년 6월 3일 전국 17개 시·도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선거 180일 전인 5일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의 인쇄물 배부 금지 등 위법 활동 규정이 적용된다.
시·도지사 및 교육감 선거를 시작으로 예비후보 등록은 내년 2월부터 시작되며, 후보자 등록은 5월 14일부터 15일까지 이뤄진다.
본격적인 선거기간은 같은 달 21일부터 시작된다.
이번 선거는 지난 6·3 대선의 연장전 성격을 띠고 있으며, 그 결과는 이재명 정부 초반 국정 운영에 매길 국민 성적표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현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 국회 의석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움켜쥔 상황에서 출범했다.
집권여당이 지방선거까지 승리한다면 입법부, 중앙권력에 이어 풀뿌리 지방권력까지 틀어쥐는 정권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럴 경우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쥔 채 역대 가장 강력하고 견고한 국정 운영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집권 초기 정권 안정론에 힘을 싣고 12·3 계엄 사태에 대한 내란 심판을 부각하고 있다.
총력전을 통해 2018년의 영광을 재연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2018년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집권 1년 만에 치러진 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중 14곳을 가져가는 역대급 압승을 거뒀다.
부산·울산·경북, 강원 등 험지에서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자치단체장까지 휩쓸었던 당시의 성과를 재현하려는 것이다.
물론 집권여당이 집권 후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고전하거나 패할 경우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운영 동력 저하로 각종 과제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국민의힘은 2022년의 재현을 노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개 시·도 중 12곳의 광역단체장을 휩쓸며 압승했다.
4년 전 영광 재연을 위해 이재명 정권이 내란 몰이와 입법 독주에만 몰두한 채 민생을 외면했다는 심판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12·3 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연이은 대선 패배로 심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은 국민의힘으로선 반전 모멘텀을 위한 선거 승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선거에서 승리하면 정치적 재기를 꾀할 수도 있겠지만, 패배 시 지리멸렬한 야당이란 꼬리표 속에 보수 궤멸 위기감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탄핵 찬성파와 탄핵 반대파로 나뉜 보수 진영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어떤 후보를 내세울지에 따라 선거 구도가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 차이는 탄핵에 찬성한 보수가 국민의힘에서 이탈한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며, 만약 보수 진영에서 탄핵 찬성 주자를 간판으로 내세운다면 선거 구도는 초박빙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잠룡들의 행보도 관심사다.
그간 한국 정치사에서 지방선거는 주요 정치인들의 정치적 체급을 단숨에 올릴 수 있는 발판으로 통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각각 경기도지사와 서울시장을 교두보로 대선에 도전해 결국 국가 최고 권력을 거머쥐었다.
내년 지방선거에도 여야를 막론하고 도전장을 내민 잠룡 주자들이 적지 않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의 5선 도전이 주목된다.
국민의힘 내에선 5선 나경원 의원도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민주당에선 박홍근·서영교·박주민·전현희·김영배 의원 등 서울 지역구 의원들과 함께 홍익표·박용진 전 의원,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이 후보군을 형성한다.
다만 오 시장의 현역 프리미엄을 상쇄할 경쟁력 있는 주자가 필요할 경우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같은 중량감 있는 인사 차출론도 불거질 수 있다.
경기도지사 자리를 두고는 여야의 분위기가 엇갈린다. 경기도가 수도권에서 민주당의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만큼 당내 경선에 도전하는 주자들이 적지 않다.
민주당에선 현직 김동연 지사의 재도전이 점쳐지는 가운데 추미애·박정·권칠승·김병주·한준호·염태영·강득구 의원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경기도에서 상대적으로 당세가 약한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에선 마땅한 후보군이 현재로선 부각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안철수·김은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이밖에 민주당이 탈환을 노리는 강원도지사, 충남·충북도지사 및 대전시장, 부산시장, 경남도지사, 울산시장 등을 놓고도 여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