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운 공수처장 [자료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뇌부가 송창진 전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고발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고 1년 가까이 묵혀둔 것은 물론, 이명현 특별검사팀으로의 이첩마저 적극적으로 막은 정황이 드러났다.
28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차장의 직무유기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채상병 순직 관련 의혹을 수사할 특검팀 출범을 앞둔 지난 6월 14일 공수처 지휘부 회의에서 한 부장검사로부터 송창진 위증 고발 건을 대검 및 특검으로 이첩하자는 건의를 받았다. 이는 관련 사건 이첩을 명시한 특검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였다.
그러나 오 처장은 "법리상 대검이 맞는지, 특검이 맞는지, 송부 대상 범죄는 맞는지 재검토하라"며 이첩을 막았다. 나흘 뒤 재차 이첩 건의를 받았을 때도 "법리상 특검에 보내는 게 맞는지 재검토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특검팀은 오 처장과 이 차장, 박석일 전 부장검사가 해당 고발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에 통보하지도, 이첩하지도, 수사를 진행하지도 않기로 상호 공모했다고 공소장에 명시했다.
박 전 부장검사는 고발장 접수 이틀 만인 지난해 8월 21일 송 전 부장검사 고발건에 대해 무죄로 결론 내린 신속검토 보고서를 작성했고, 같은 날 이 차장에게 보고했다. 그해 9월 27일에는 처장실에서 오 처장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
특검팀은 오 처장과 이 차장이 해당 보고서를 보고받고도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아 사실상 보고서 내용을 승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보고서에는 송 전 부장검사에 대한 고발이 "공수처 검사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라며 "대검에 통보하거나 수사를 진행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오 처장 측은 해당 사건이 특검 수사 대상인지 불분명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일 뿐 이첩을 막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 처장 측은 "위증 사건이 해병특검 수사 대상인 수사외압 관련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파견된 공수처 수사진을 통해 사건 이첩 의사를 타진했고 일단 보류하자는 답을 듣고 보류하다가 7월 말 공문을 받고 이첩했다"고 반박했다.
오 처장은 신속검토 보고서에 대해서도 "박 전 부장검사가 수사보고서에 일방적으로 적어 넣은 의견에 불과하다"며 "보고 과정에서 결재권을 행사한 바 없고, 구체적 처분 건의와 결재 상신도 없는 상황에서 대검 통보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에는 김선규,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채상병 사건 수사 방해 행위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이들은 처장·차장직 대행 이전부터 관련 수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2023년 12월 여운국 전 공수처 차장을 찾아가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총선 전까지 수사를 진행하지 말라는 지휘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고, 이듬해 1월 압수수색이 준비되자 다시 여 전 차장에게 "영장 청구서를 결재해주면 안 된다. 결재하면 사표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수사 방해 행위는 지난해 1월 말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면서 본격화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여 전 차장의 퇴임식 직후 첫 간부회의에서 채상병 수사팀의 규모를 축소하고 주무 검사를 다른 부서로 전보시킬 것을 지시했다.
이에 이대환 당시 채상병 수사팀 부장검사가 사흘 뒤 열린 주간업무회의에서 인사 조처를 하면 사직하겠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공개적으로 낭독하면서 전보 조처는 이행되지 않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처장직을 대행한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지속적으로 소환조사를 저지했다.
당시 수사팀은 진술이 오염되고 관계인들이 입을 맞출 위험이 높아진다는 우려를 전달했고, 이 부장검사는 "선거가 두 달 넘게 남았으니 차라리 지금 빨리 소환조사를 해버리고 선거 즈음에는 조사를 안 하는 게 영향을 안 주지 않겠느냐"며 설득했으나 김 전 부장검사는 완강히 거부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계속 승인을 요청하는 이 부장검사에게 감찰까지 언급하며 명령에 따를 것을 지시했다.
지난해 3월 27일 이 부장검사는 자신과 달리 김 전 부장검사가 지휘하는 수사1부의 수사가 아무런 제약 없이 진행되는 것을 알고 "출석요구만이라도 허용해달라"고 건의했다. 그러나 김 전 부장검사는 "총선 전에는 소환 요구도 안 되고 전화 통화도 하지 말라. 수화기 들면 감찰 조사 하겠다. 총선이 끝나면 그때부터 소환하라"고 재차 지시했다.
채상병 수사팀은 총선이 끝난 후에야 사건 관계자를 조사할 수 있었다. 이마저도 이 부장검사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결과였다.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6월 채상병 사건 관련 압수수색영장 청구서를 약 일주일간 결재하지 않다가 "경찰 이첩 기록 회수 지시는 재량행위에 관한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한 것에 불과해 법리상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법리검토보고서를 오 처장에게 직접 보고했다.
같은 날 오후 오 처장이 부장회의를 소집하자 송 전 부장검사는 "수사외압 사건은 소설 같은 이야기다. 100페이지 이상 읽기가 힘들다", "범죄사실은 사실관계가 틀렸고, 사실관계가 모두 입증되더라도 법리적으로 죄가 안 된다"고 말하며 공개적으로 압수수색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특검팀은 공소장에 김 전 부장검사와 송 전 부장검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의해 공수처 검사로 임명됐으며, 처·차장직 대행 이전부터 공수처 내부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공공연히 드러냈다고 적시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 조직 구성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영향력을 과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