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2% 넘게 오르면서 수입 물가가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24년 10월 수출입물가지수’ 잠정 통계에 따르면, 환율 상승 영향이 국제유가 하락분을 상쇄하며 수입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10월 수입물가지수(2020년=100 기준)는 138.17로 전월(135.56) 대비 1.9% 상승했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며, 수입물가는 7월부터 넉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품목별로 보면 원재료는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0.6% 하락했다. 특히 광산품은 0.9% 내렸다. 반면 중간재는 컴퓨터·전자·광학기기(9.7%), 1차금속제품(5.7%) 등이 오르며 전체적으로 3.8% 상승해 수입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자본재와 소비재도 각각 1.3%, 1.7% 증가했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암모니아(15.2%), 기타 귀금속정련품(15.7%), 동정련품(10.3%), 인쇄회로기판(8.3%), 이차전지(4.7%)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은행은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환율이 상승하며 수입물가 오름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9월 평균 1,391.83원에서 10월 1,423.36원으로 2.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0.01달러에서 65.00달러로 7.2% 하락했다.

이문희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이달 들어 환율이 전월 대비 1.5%가량 상승했고 두바이유도 약 0.7% 오르고 있다”며 “상승 요인이 있으나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 추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출물가지수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10월 수출물가지수는 134.72로, 전월 대비 4.1% 올랐다. 이는 2023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며 넉 달 연속 상승이다. 농림수산품은 2.8%, 공산품은 컴퓨터·전자·광학기기(10.5%), 1차금속제품(4.9%) 등을 중심으로 4.1% 상승했다.

세부 품목에서는 D램(20.1%), 플래시메모리(41.2%)가 큰 폭으로 뛰었는데,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초과수요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은괴(18.8%), 동정련품(9.9%) 등 금속류 가격도 상승했다.

무역지표를 보면, 10월 수입물량지수(116.78)는 전년 대비 1.0% 상승했으나 수입금액지수(136.66)는 2.4% 줄었다. 수출 역시 물량지수(117.79)와 금액지수(133.19)가 각각 1.0%, 0.5% 감소했다.

다만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96.62로 전년 대비 3.9% 상승하며 28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수출가격이 0.5% 오르고 수입가격이 3.3% 하락한 데 따른 결과다.

소득교역조건지수도 수출물량지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순상품교역조건 개선 덕분에 2.9% 상승한 113.81을 기록했다.

이번 통계는 환율 변동이 국내 수입·수출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으로, 향후 글로벌 경기와 환율 흐름이 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