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에 대응하여 군 병력을 투입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향후 더 많은 병력 투입 가능성까지 시사해 미국 내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백악관 풀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LA 지역 시위 상황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특히 내란법 발동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건 내란의 발생 여부에 달려있다"고 답하며, 상황에 따라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집중적인 질문 공세에 현재 상황을 내란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란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단답했지만, 즉시 "하지만 폭력적인 사람들이 있으며 우리는 그들이 그냥 넘어가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현재 LA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를 내란 수준으로 보지는 않지만, 폭력적 양상을 보일 경우 군사적 개입을 포함한 강력한 대응을 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에서는 1878년 제정된 포세 코미타투스법(Posse Comitatus Act)에 따라 군대를 민간 정부의 법 집행에 동원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1807년 제정된 내란법(Insurrection Act)은 내란, 반란, 폭동 등 법에 명시된 특정 조건 하에서 대통령에게 연방군을 국내에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 진보 진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이 법을 근거로 불법 이민자 단속 작전에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으며, 이번 LA 사태는 그러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는 내란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기자의 구체적 질문에 대해 "그냥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말 보기만 하면 된다"고 답하면서, "어젯밤 로스앤젤레스에서 우리는 매우 긴밀히 주시했다. 거기서 엄청난 폭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법을 발동하지 않고서도 군대를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모든 곳에 병력을 둘 것이다. 우리는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두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는 현행법 체계 내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군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내란법 대신 미국 법전 제10권 제12406조에 근거하여 주방위군에 대한 특별 조치를 취했다. 이 조항은 통상적으로 각 주지사의 지휘를 받는 주방위군의 통제권을 연방정부가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항을 활용하여 주방위군의 통제권을 국방부 장관에게 부여하고, 주방위군 2천명을 시위 지역으로 파견하여 연방정부 기능과 자산을 보호하라고 지시했다.
기자들과의 대화를 마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에 더욱 강경한 메시지를 게시했다. 그는 "폭력적이고 반란을 일으키는 무리가 우리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업을 막으려고 우리 연방 요원들에게 몰려가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팸 본디 법무부 장관에게 "LA를 이민자 침공으로부터 해방하고 이민자 시위를 끝내는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질서는 회복될 것이고, 불법 이민자들은 추방될 것이며, LA는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이러한 발언은 단순한 치안 유지 차원을 넘어서, 불법 이민자 문제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군사적 대응 규모 확대 가능성도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LA 인근 캠프 펜들턴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대가 LA에 파견된 주방위군을 지원할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발표했다.
해병대 파견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무엇이 필요한지 지켜볼 것이다. 우리는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무엇이든 보낼 것"이라고 답하며, 상황에 따라 정규군까지 투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주방위군 투입이 시작 단계에 불과하며, 필요시 더욱 강력한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해병대는 미군 내에서도 신속한 대응과 강력한 전투력으로 유명한 부대로, 이들의 투입은 시위 진압 작업이 한층 더 강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번 군 병력 투입과 관련하여 실무적 차원에서는 상당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군 당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LA로 파견된 주방위군이 시위대를 어느 정도까지 상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전 수칙(Rules of Engagement)이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주방위군은 시위 지역의 연방정부 자산과 인력을 보호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고, 파견 직전에 교전 수칙에 대한 안내를 받았지만, 국방부가 그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현장에서 군인들이 시위대와 마주쳤을 때 어떤 수준의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무기 사용이 허용되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예상치 못한 충돌이나 과도한 무력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민간인 시위에 대한 군 개입 시 가장 중요한 것이 명확하고 제한적인 교전 수칙이라고 강조해왔다. 특히 1970년 켄트 주립대학교 총격 사건과 같은 비극적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군인들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세밀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군 당국과 긴급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매우 중요한 주제들에 대해 회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캠프 데이비드를 회의 장소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캠프 데이비드는 아마 그 어느 곳보다 보안이 낫기 때문에 거기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번 회의에서 다뤄질 내용이 고도의 기밀성을 요구하는 국가 안보 사안임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장군들과 제독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과 회의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이번 회의가 단순한 브리핑 수준을 넘어서 구체적인 군사 작전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임을 암시했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캠프 데이비드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국내 치안 문제가 아닌 외교적 파급효과까지 고려해야 할 복합적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미국 내에서 헌법적 권한과 민주주의 원칙 사이의 긴장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대통령은 분명히 국가 안보와 치안 유지를 위해 군 병력을 동원할 헌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권한이 평화적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번 LA 시위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불법 이민자 단속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의견 표출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정치적 반대 의견에 대해 군사력을 동원하여 대응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을 비롯한 시민권 단체들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군 병력의 민간 치안 활동 참여가 민주주의 원칙에 배치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1기에 비해 더욱 강력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 방식이 얼마나 강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적인 반발 성명을 준비하고 있으며, 의회 차원에서의 대응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견제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적으로도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유럽 국가들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미국의 대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LA 지역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적인 군사적 조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시위가 지속되거나 확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더 많은 병력 투입이나 내란법 발동 등 더욱 강력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