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퍼' 최일도목사, "서울시는 밥퍼를 위법 시설로 폄하한 과오를 공개 사과하라"

힐링경제 승인 2022.01.18 11:50 | 최종 수정 2022.01.18 11:52 의견 0

서울 청량리 일대에서 34년째 이어지고 있는 무료급식사업 밥퍼나눔운동(밥퍼)이 최근 서울시·지역 주민과의 갈등 속에 위기를 맞았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동대문경찰서에 다일복지재단(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65) 목사를 상대로 건축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최 목사가 시유지인 동대문구 답십리동 553번지 일대에서 지난해 6월부터 무단으로 증축 공사를 진행했다는 이유다.

최 목사는 다일공동체를 운영하며 1988년 11월부터 '쌍굴다리'라 불리는 답십리 굴다리 지하차도에서 라면을 끓여 나눠주는 것을 시작으로 무료급식사업을 시작해 지지를 받아온 인물이다.

2009년에는 시유지인 현재 자리에 가건물을 짓고 매일 아침 노인·노숙인 등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해왔다.

그러던 지난해 6월 노인 고독사 예방 등 추가 사업을 진행하려면 노후한 밥퍼 본부 공간을 리모델링해야 한다는 필요에 따라 기존 건물을 확장하는 증축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를 두고 관할인 동대문구청은 시유지에서 무단 증축을 하고 있다며 두 차례에 걸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최 목사가 이를 따르지 않자 서울시에 경찰 고발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청 관계자는 "(최 목사가) 계속해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민들도 밥퍼 때문에 다른 동네 노숙인까지 모인다고 민원을 넣으셔서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들은 차제에 밥퍼가 다른 동네로 이전하는 등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쌍굴다리 인근은 과거 '청량리 588'이라 불리던 사창가였는데 지금은 마천루도 들어서는 등 서울 중심가로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며 "밥퍼는 음침하고 가난했던 옛 동네를 떠올리게 하는 시설"이라고 말했다.'

다일복지재단 이사장 최일도 목사가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구 다일천사병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처럼 민원과 경찰 고발이 이어지자 최 목사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남기고 9박 10일간의 묵언·단식기도에 들어갔다.

최 목사는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거의 탈진 상태다. 밥퍼를 청량리에서 내쫓아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사람도 있다"며 "다일공동체는 창립 34년 만에 최대의 위기 속에 있다. 모든 인간적 방법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가야 할 길을 묻고자 한다"고 썼다.

전문가들은 밥퍼의 증축이 다른 건축법 위반 사건과는 성격이 다른 만큼 사법적 해결보다는 대화를 통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무료급식소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저소득자·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급식 서비스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며 "시에서 더 넓은 장소를 물색해주는 등 취약계층 대상 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6일 무단 증축에 따른 고발 사실을 인정하면서 "관련 규정에 적합하게 시설물이 사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다일복지재단과 협의하고 있다. 기부채납 후 사용 등 시에서 지원이 가능한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최 목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서울시는 밥퍼를 위법 시설로 폄하한 과오를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밥퍼 사역자들을 더는 진영이나 이념의 잣대로 판단하지 말아달라"며 "가난한 사람들과 배고픈 이웃을 위해 밥을 지어 나누는 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자"고 적었다.

그러면서 "서울시청을 찾아가 시위와 데모를 할 생각은 안 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 아무 응답 없이 책임을 미루기만 할 때는 거리의 투사가 되어 서울시를 상대로 투쟁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서울시와 밥퍼 측의 협의 결과를 지켜본 뒤 입건 및 수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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